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교도소장 히메네스’

2005-11-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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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을 감독하지만
하나님 앞에선 나도 똑같은 죄인…
예수님은 여러분과 나를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샌디에고에서 국경을 넘어 티화나로 들어서면 갑자기 바뀐 주변 풍경 때문에 국가간 빈부 차이를 실감한다.
길은 울퉁불퉁, 매연과 싸구려 노점상과 좁고 지저분한 거리. 그러나 나는 그곳에 사는 멕시코 사람들이 좋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한국의 모습과 비슷하다. 원조로 받은 구제품 옷가지와 버터 냄새나는 식량, 거의 버리게 생긴 폐차 직전의 미제 차량들이 우리 삶의 환경이었어도 가슴에는 희망이 있었고 정다운 이웃이 있어서 나는 가난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고 자랐다.
티화나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다 가진 부자 미국인보다 더 많이 웃는다. 더 친절하다. 다가가면 갈수록 더 소박하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기에 멕시코 선교길이 즐겁다.
오늘의 일행은 70명이다. 7, 8년 전, 처음 이곳을 찾을 때는 나 혼자 치과기재를 싸들고 운전을 하며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럿이 함께 떠나니 더욱 힘이 난다. 베델한인교회와 동양선교교회가 협동사역을 결정하고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라 메사 교도소. 약 7,000명의 중범자와 마약환자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수감자 가운데 지난 7년간 1,500명이 크리스천이 되었다.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나온 사람도 있고 아직 복역 중인 사람도 있다.
평균 1년에 200명, 한달에 20명 정도가 철창 안에서 주님을 영접하고 새 삶을 얻었다. 세상에서 격리되어 죄수가 된 뒤에 복음을 받아들였다니 놀라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출옥 후, 새 사람이 되어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현지인이 6명이다. 이들이야말로 감옥사역에 귀하게 쓰임 받는 신앙생활의 귀감이다. 2세 한국인, 폴 서 목사님이 만든 ‘4 크라이스트 미션’의 주사역지이다.
얼마 전 교도소 내에 교회가 지어졌다. 한 미국인 크리스천의 헌금으로 별도의 교회 건물이 교도소 담장 한편에 아름답게 들어선 것이다. 이번에 사역을 펼친 곳도 바로 이 교회 건물 안이다.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도네이션을 했다. 2,000벌의 트레이닝복과 양말을 비롯해서 1,500개의 핫도그와 음료, 교도소 내 크리스천 밴드를 위해 기타 20대 등등 두 교회의 교인들이 기도로 준비한 정성이 풍성하다. 모든 필요를 넘치도록 채워주시는 ‘그 분’의 사랑에 감격하며 우리는 기쁨으로 일했다.
우리 일행과 죄수들이 섞여 앉아 예배를 드린다. 같은 곡을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찬양한다. 청년부의 한 자매가 나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와~~)를 부를 때에 죄수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라 메사 교도소장이 나와 간증을 했다. “나는 교도소장 히메네스입니다. 나의 부모님도 크리스천입니다. 나는 그들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았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죄를 지어 여기에 들어왔고 나는 여러분을 감독하는 사람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죄인입니다. 우리를 위해 채찍에 맞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여러분과 나를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히메네스 소장이 부임한 후에 교도소는 달라졌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던 죄악의 온상이 햇빛 가득한 양지로 바뀌고 있다. 세상 곳곳 모든 모임과 단체와 조직과 국가마다 크리스천 리더가 세워지면 좋겠다. 우리는 교도소장 한 사람이 고백하는 간증이 그들의 마음에 우뢰와 천둥으로 울리기를 기도하며 돌아왔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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