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녀들 금기깬 나들이 까닭은…

2005-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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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멜 수도회, ‘북 선교 전초기지’동두천 수도원 건립 도움요청

봉쇄수도회 수녀들이 일반 신자들 앞에서 베일에 가려진 얼굴을 드러냈다. 기도와 묵상, 노동에 전념하며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생활하는 한국의 대표적 관상수도회로 알려진 한국 가르멜 여자 수도원 수녀들의 표정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투표하거나 병원 가는 일을 제외하고 죽을 때까지 외부로 나가는 것이 금지된 가르멜 수도원을 입회 후 처음으로 나온 이명신 마리아 수녀와 송현섭 골롬바 수녀.
18년만에 ‘친정’인 성삼한인천주교회를 방문한 이명신 마리아 수녀(서울 가르멜 여자수도원 원장)는 유학시절 함께 신앙생활을 나눴던 신도들을 만나 눈시울을 붉히고 감격하며 뜨거운 악수로 해후했다. 마리아 수녀는 “항상 기도 안에서 함께 해서인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고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만남의 감회를 밝혔다.
마리아 수녀가 이렇게 엄격한 봉쇄수도원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탈(?)을 감행하며 신도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 절실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녀는 “주님께서 저희 수도원에 많은 성소자를 보내주시어 21명 정원제인 공동체 인원을 초과했다”며 “정원제인 수도원의 규칙에 따라 새 수도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제 사정으로 기금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가르멜 여자수도원은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의정부 교구 소속인 동두천에 땅을 마련했지만 건물을 짓기 위한 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마리아 수녀와 이번 미국행에 동반한 골롬바 수녀는 “동두천은 오랫동안 미군 기지가 있으면서 개발되지 못한 땅”이라며 “이 곳에 수도원이 들어서면 미래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북한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아 복음화의 사명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원 설립을 위한 봉헌금은 Woori Bank Seoul Korea, Code swift: HVBKKRSE, 계좌번호 1081-000-250018 수혜자 Carmelite Monastery로 보내면 되며, 자세한 사항은 오베드로 (818)726-1821로 문의하면 된다.


■가르멜 수도회는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수도회’
수도회 명칭에서 드러나듯 가르멜의 영성은 성서에서 비롯되며 성모신심께 대한 봉헌을 기본으로 한다. 이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영성은 관상과 사도직으로 표현되는 데레사적 카리스마, 관상적인 삶, 포기와 이탈을 통한 수덕생활로 요약할 수 있다.
가르멜 수녀들은 청빈, 정결, 순명의 수도서약을 완덕을 추구하는 관상적인 방법으로 고행과 침묵을 통한 기도의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는 이웃과 공동체, 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가져다주며 하느님 안에서 일치된 삶을 살도록 한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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