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 성경 한 구절”

2005-1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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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성경 한 구절”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따온 죽향의 슬로건 ‘헬스 존 52’.

제품·상호에 성구 담은 ‘선교 마케팅’잔잔한 감동

여유 있는 오후 커피 잔을 이러 저리 만지작거리다가, 혹은 ‘무얼 먹을까’하며 고르던 식당 메뉴 판에서 마음을 녹이는 성경 한 구절을 발견하고 흐뭇한 웃음을 지어본 적이 있는가?
컵이나 포장 백 등에 성구를 인쇄하는 ‘선교 마케팅’이 새로운 트렌드로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도 정서적 평화와 안정을 갈구하는 크리스천을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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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앤아웃 음료수 컵과 햄버거 포장지에 인쇄된 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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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내년부터 커피 잔에 성경 구절을 인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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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맨 아래에 성구를 적은 식당 함지박.


인앤아웃 컵·포장지에 채택 선두주자
한인업체들도 샤핑백등에 잇단 채택
스타벅스 내년 실시… “평안 선사”호평

최근 세계적인 커피 전문체인점인 스타벅스는 내년 봄부터 커피 잔에 성경 구절을 인용할 계획을 밝혔다. 스타벅스 사는 이미 올해부터 작가와 과학자, 음악가, 정치인, 문화비평가들로부터 모두 63개의 인용문을 컵에 인쇄하는 캠페인 ‘내가 보는 세상’(The Way I See It)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Driven Life)의 저자 릭 워렌 목사의 제안으로 이뤄지는 이번 성구 채택은 많은 커피애호가들이 커피를 마시며 정신적인 자극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크리스천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모델은 패스트푸드 체인업체인 ‘인앤아웃’(In-N-Out). 이 회사의 업주가 독실한 신앙인으로 일회용 컵과 햄버거 포장지에 기독교 관련 문구를 넣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음식과 종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인앤아웃 사는 포장지와 컵에 성경의 계시록·요한복음·잠언·나훔서 등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80년대부터 시행해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 의식 있는 업체로 어필하는 간접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인 업체들 중에도 선교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포에버 21’과 ‘XXI’의 대표 장도원씨 역시 인앤 아웃 버거에 착안해 샤핑백 아랫부분에 요한복음 3장16절의 성구를 인쇄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식당에서도 젓가락이나 컵, 메뉴판에 성구를 인용하는 예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건강식 전문점을 모토로 내건 죽향은 예수님이 떡 다섯덩이와 생선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헬스 존 52’(Health Zone 52)이라는 단어를 탄생시켰으며, 이를 테이블 깔개 종이에 새겨 넣고 있다.
마리아 하 사장은 “사업목표에 가족의 신념을 투영해 ‘가족’이라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친근함과 어머니가 해주신 높은 영양가의 음식을 연상시켜 일반 음식점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바비큐전문 식당인 함지박 또한 메뉴판 아래에 요한복음 3장16절을 인쇄하고 있다.
성구를 인쇄하는 것 외에도 낙지마을, 진주곰탕, 아트박스, 티지 미용실 등은 전화통화 연결음 또는 실내 배경음악을 성가곡, 찬송가, 또는 최신 유행하는 CCM으로 들려주며 간접적으로 이러한 마케팅에 합류하고 있다.
함지박 아담 조 지배인은 “비기독교인 경우 무심히 지나쳐버리거나 발견하더라도 좋은 글귀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기독교인 고객들은 반가워하며 남다른 유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종교적 색채를 부각시킨다는 일부 논란을 의식, 스타벅스는 성구 도입과 함께 ‘이는 반드시 본사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키로 결정했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컵 아래, 메뉴판 마지막 줄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체로 성구를 적고 있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특징을 지닌다.
일반인들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형태로 표출되는 이러한 새 마케팅 바람은 기독교 정신과 이념을 전달하려는 창업자의 신념과 생활 속에 활력을 주는 이점과 부합돼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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