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런던타워 갈가마귀 ‘조류독감’ 비상

2005-11-01 (화)
크게 작게
런던타워 갈가마귀 ‘조류독감’  비상

영국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알려진 갈가마귀들이 살고 있는 런던타워. 이곳에 최근 조류독감 비상이 걸렸다.

보호 새장 특별주문
만연하면 격리 사육

◎… 영국 런던의 관광명물 런던타워에 조류독감 비상이 걸렸다.
영국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알려진 런던타워 주변 갈가마귀들이 조류독감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옛날부터 검은 갈가마귀가 런던타워를 떠나는 날 대영제국은 무너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17세기 영국왕 찰스 2세는 런던타워 주변에 늘 최소한 갈가마귀 6마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정복왕 윌리엄 1세가 1066년 세운 런던타워는 국왕의 거처로 사용되다 나중에는 감옥으로 사용된 900년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 앤 볼린은 1536년 이 곳에서 참수됐다. 매년 이 곳을 찾는 관광객만 약 210만명에 이른다.
갈가마귀 사육사인 데릭 코일은 “나는 이 새들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며 “조류독감으로 런던타워의 갈가마귀들을 모두 잃은 첫 번째 사육사로 남고 싶지 않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조류독감의 위험에 대비해 갈가마귀를 보호할 수 있는 새장을 특별히 주문했다. 조류독감이 번질 경우 갈가마귀를 새장에 집어넣어 런던타워 단지 내 20개 탑 중 한 곳으로 격리 조치할 생각이다.
갈가마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코일은 새들에게 먹일 양의 간과 심장을 사러 일주일에 한 번씩 스미드필드 시장을 찾아간다. 갈가마귀들은 매일 피에 적신 전용 비스킷을 먹고,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매주 완숙달걀을 먹는다. 또 한달에 한번 대구 간유로 깃털의 윤기를 보존한다. 갈가마귀의 수명은 40년 정도이고 날개 길이는 4피트를 넘는다.
코일은 “갈가마귀는 영특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동물”이라며 무리의 리더인 토르는 영어 단어를 습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굿모닝”이라는 인사말을 한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코일은 “조류독감이 이제 루마니아까지 왔고, 여기까지 오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군대시절 5분간의 준비가 작전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배운 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타워의 갈가마귀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한 마리만 남고 모두 사망하는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백두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