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풍찍고 호수돌아 온천으로

2005-1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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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찍고 호수돌아 온천으로

유럽의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경치를 자랑하는 샤스타 트리니티 알프스와 래슨 국립공원.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북가주 알프스’ 샤스타·트리니티로 떠나는 가을여행

캘리포니아 최고의 가을 여행지를 꼽으려면 북가주 캐스케이드(Cascade) 산맥을 가로지는 샤스타(Shasta)와 트리니티(Trinity) 지역을 들 수 있다.
이 곳은 대략 북가주 퍼시픽 코스의 해안도시 유레카(Eureka)와 내륙의 레딩(Redding)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치 좋은 산악지대를 말한다.
9,000피트급의 첨봉들과 아름다운 호수, 골마다 흐르는 강과 시내, 우거진 숲, 그 사이를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동물 등이 유럽의 알프스를 연상시키리 만큼이나 잘 조화된 곳이다.
특히 가을철인 지금 방문하기 좋은데 남가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붉은 색 단풍도 발견할 수 있으며 빙하가 쓸어낸 시에라 산정 날카로운 봉우리도 구경할 수 있다. 더욱 지금 방문해야 할 이유는 11월 하순에 접어들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일부 하이웨이가 폐쇄되면서 접근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샤스타와 트리니티를 돌아보면서 인근 래슨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다. 레딩에서 동쪽으로 4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곳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수정처럼 맑은 초록의 호수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 용암으로 검게 뒤덮인 대지들이 극과 극을 이루는 곳이다.
남가주에서는 다소 멀지만 알파인의 경치가 극치를 이루는 샤스타 트리니티 지역과 래슨 국립공원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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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지역의 최고봉 중 하나인 샤스타 마운틴.


‘북가주 알프스’로의 가을여행

곳곳에 배인 ‘역사’… 눈오면 ‘접근 금지’

샤스타 트리니티 여행은 한때 연어잡이 배와 포경선의 기항지로 이름을 떨쳤던 유레카(Eureka)에서 시작된다. ‘유레카’란 “알았다” 또는 “찾았다”는 그리스 언어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절 금을 발견한 광부들이 소리치던 말로 한국의 ‘심봤다’와 비슷하게 쓰여진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스페인 탐험함대에 의해 개척된 캘리포니아의 다른 해안도시들과는 달리 가죽과 모피를 얻기 위해 물개, 해달 등의 사냥터를 찾아온 러시아 사냥꾼들에 의해 개척된 특이한 곳이다.
1840년대에 들어 사냥감이 현격히 줄어들고 사냥꾼들이 물러간 후 1940년대 말 독일 탐험가 알렉산더 홈볼트가 이 일대의 만을 자세히 답사, 홈볼트 베이로 명명하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인근의 울창한 레드우드 숲을 대상으로 한 벌목업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한 어업, 금광 개발업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레카에 들어서면 우선 둘러보아야 할 곳으로 올드타운 구역이 있다. 이 구역에는 목재업으로 거부가 된 윌리엄 카슨이 1886년에 지은 우아한 빅토리아풍의 맨션(Carson Mansion)을 비롯 ‘핑크 레이디’ ‘카터 하우스 인’ ‘유레카 인’, 클락 박물관(Clark Museum), 홈볼트 해운박물관 등 대략 90~15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지금도 훌륭한 상태로 잘 보존돼 있다.
문의: (800)346-3482
www.redwoodvist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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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 사이로 샤스타 트리니티 지역을 가로지르는 299번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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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산골 마을의 자취들이 아직도 구석구석에 많이 남아 있는 옛 금광 마을 위버빌.

유레카에서 하이웨이 299번 이스트를 타고 샤스타 트리니티 산간지역으로 들어선다. 아침 안개로 뒤덮인 해안을 벗어난 후 바닷가를 바라보는 완만한 경사지에 자리잡은 넓은 포도원을 지나 ‘사슴 주의’표지판이 자주 보이는 고원지대로 들어선다. 한 고개, 두 고개 넘다 보면 어느덧 길은 더욱 험해지고 주변은 점점 더 울창한 수림으로 변해간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태평양에서 먼 길을 올라온 팔뚝만한 연어나 힘 좋기로 소문난 갈색 송어를 낚는 낚시꾼들, 바위들이 비쭉비쭉 솟아난 위험 천만한 급류를 아슬아슬 떠내려가는 카약 타는 사람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별천지가 따로 없다.
오래된 산골 마을의 자취들이 아직도 구석구석에 많이 남아 있어 다정다감한 느낌을 안겨 준다. 1850년대 금광 개발과 함께 형성된 마을들인 위버빌(Weaverville)과 루이스턴(Lewiston)을 만난다.
옛 금광촌 자취가 아직도 물씬한 위버빌은 산골 마을에 웬 사람들이냐 싶을 정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부 활극에서나 나옴직한 오밀조밀한 상점들과 레스토랑, 커피샵, 화랑 등이 몰려 있는 자그마한 다운타운 거리를 분주하게 한다.
위버빌과 루이스턴에는 10여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이 중 위버빌 빅토리아 인(Victoria Inn)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숙박 업소로 객실에 자쿠지형 욕조가 딸린 것도 있다. 베스트 웨스트 호텔 체인에 가입된 이 곳은 숙박료도 49달러부터 시작되면서 매우 저렴하다.
주소 및 문의: 1709 Main St. 299 West Weaverville, CA 96093, (530)623-4432, http://www. trinitycounty.com/weavervillevictorianinn/VictorianInn.htm


물길따라 연어·송어 낚시 한창…

올드 루이스턴 인(Old Lewiston Inn)은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인근에 송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트리니티 강의 넓은 여울목이 있다. 아침식사를 포함한 숙박료가 85달러 정도이다.
문의: (800)286-4441
www.theoldlewistoninn.com


즉석에서 만든 맥주 맛 기막혀

크고 작은 레스토랑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위버빌에 있는 퍼시픽 양조장(Pacific Brewery)은 1856년에 설립된 맥주 양조장으로 지금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맥주의 맛이 최고라고 한다. 401 S. Main St. Weaverville. 역시 위버빌에 있는 라그랜지 카페(La Grange Cafe)는 도시의 유명한 식당을 능가하는 훌륭한 요리를 다양한 와인과 함께 맛볼 수 있다. 주소 및 문의; 226 Main St. Weaverville, (530)623-5325.
이 곳의 레크리에이션은 단연 낚시와 하이킹이다. 연어와 송어가 많이 서식하는 트리니티 강은 어느 곳이나 좋은 낚시터이다. 특히 이 곳은 회귀하는 연어를 낚는 낚시가 일품이다. 캘리포니아 낚시면허와 연어낚시 허가증이 필요하다. 이 곳에는 낚시 가이드와 레슨을 실시하는 업소들이 많다. 이 중 유명한 곳으로 조 머시어 트리니티 캐년 프라이 피싱(Joe Mercier Trinity Canyon Fly-fishing, www.shasta.com/ trinityfly/), 피시 센트럴 가이드 서비스(Fish Central Guide Service, 530-623-1693, www.fishcentral. org.homestead.com) 등이 있다. 가격은 피싱 레슨은 시간당 40달러 선이며 반나절 웍샵은 180달러, 한나절은 300달러 등으로 낚시 장비 일체를 업소측이 제공한다.
샤스타 트리니티의 유명 사적지로는 잭슨 기념박물관 및 트리니티 카운티 역사공원(Jackson Memorial Museum & Trinity County Historical Park, 508 Main St. Weaverville)과 위버빌 조스 하우스 주립 역사공원(Weaverwille Joss House State Historic Park, 609 Main St.) 등이 있다.
캠핑, 하이킹, 숙소, 관광명소 등 샤스타 트리니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지역 관광청(800-487-4648, www.trinitycounty.com)으로 하면 된다.

■가는 길
101번 노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지나서 북상하면서 오리건 인근 해안 도시인 유레카를 만난다. 이 곳에서 299번 하이웨이 이스트를 타고 역시 2시간 정도 달리면 위버빌에 도달한다. 또다른 방법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북상 샌크라멘토를 지나 540마일 정도 달리면 레딩에 도달한다. 이 곳에서 산악지대로 연결되는 299번 하이웨이 웨스트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샤스타 트리니티 지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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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슨 화산 국립공원 경내 ‘범패스 헬’ 하이킹 트레일에서 만나는 절경.

태고 신비 그대로… 숨죽인 휴화산

래슨 화산 국립공원

10만6,000에이커 규모의 이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에서 태고의 신비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공원을 한눈에 굽어보면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의 가장 남쪽 봉우리 ‘래슨 픽’은 1만452피트의 첨봉으로 달력이나 우편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공원의 주인공이다. 래슨 픽을 둘러싼 ‘시더 픽’(Cider Peak), ‘프로스펙티브 픽’(Prospective Peak) 등 봉우리군들은 40마일 서쪽의 센트럴 밸리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침묵하고 있는 이 봉우리는 200만년 전 분화활동을 한 후 휴화산으로 있다가 1914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잦은 분화활동을 시작한 이 산은 마침내 1915년 5월 대폭발, 용암이 불의 강을 이루면서 산의 북쪽 측면 6평방마일을 깡그리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후 래슨봉은 다시 잠들기 시작했고 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마지막 분화활동이 멈춘 지 거의 90년이 흘러 이 곳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서부지역의 휴화산 가운데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래슨을 꼽고 있다.
볼만한 곳으로는 ▲에메랄드 레이크 바로 위쪽에 있는 래슨 팍 로드로 진입하는 온천지역인 범패스 헬 트레일(Bumpass Hell Trail), ▲용암의 대지가 장관을 이루는 시더 콘(Cinder Cone), ▲서밋 레이크 2.5마일 북쪽에 있는 데버스테이트드 에리어(Devastated Area), ▲아름다운 킹스 크릭 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 킹스 크릭 메도우(King’s Creek Meadow) 등이 있다. 래스 팍 로드는 공원 남쪽입구에서 북서쪽 만자니타(Manzanita) 호수를 이어주는 30마일 도로로 곳곳에 절경을 볼만한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래슨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기간은 9월 중순 이후 2개월간으로 이때쯤이면 인파도 줄고 성가신 모기들도 사라진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겨울시즌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만끽할 수 있다. 겨울동안 도로는 국립공원의 남쪽 관문인 ‘사우스 엔트런스 스테이션’(South Entrance Station)까지 제설차가 눈을 치운다.
가는 길은 레딩에서 44번 하이웨이 이스트를 타고 46마일을 달리면 공원으로 들어가는 36번 하이웨이와 만나게 된다.
공원 문의: (530)595-4444, www.nps.gov/lavo


<백두현 기자> doopae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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