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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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423회. 스페인제국 28. 제국의 몰락

무적함대의 패배 이후 스페인이 바로 몰락한 것은 아니었으나 몰락의 시작은 확실하였다. 펠리페 2세 사망 후 멍청한 펠리페 3세가 왕위를 계승하였으나 이 게으른 왕은 일하기를 싫어하여 일년 중 겨우 6개월쯤 일하고 나머지 정사는 총신들에게 맡겨버렸다. 제국은 부패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나라는 서서히 활력을 잃어갔다.
재정은 언제나 적자여서 관직은 매매되었고 경제는 쇠퇴하였다. 더구나 주변의 강국인 프랑스가 융성기에 들어서서 스페인을 압박하였다. 바다에서는 영국에 밀리고 육지에서는 프랑스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1580년 포르투갈의 왕위 계승이 혼미해진 틈을 타서 펠리페 2세는 포르투갈을 합병하였으나, 스페인이 힘을 잃어가자 1640년 합병한지 60년만에 포르투갈에서는 반란이 일어나 부라간사 공작이 돈주앙 4세로 등극하였다. 포르투갈의 독립과 더불어 스페인 제국에 속해 있던 브라질까지 같이 날아가 버렸다.
8년이 지난 1648년 식민지였으며 끝까지 반항을 멈추지 않아 스페인의 힘과 부를 고갈시켜 온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였다. 네덜란드와 70년의 분쟁을 종식시킨 것이다.
식민지가 날아가서 제국은 줄어들었으나 그간 네덜란드가 쉬지 않고 속썩인 생각을 하면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17세기 중반이 지나면서 스페인의 몰락은 확연하여졌다. 1643년 로크루아 전투에서 프랑스에게 패한 스페인은 가톨릭 왕국이 지배하는 하나의 유럽 건설이라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꿈을 영원히 접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전투는 막강했던 스페인 육군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렸다.
펠리페 4세 치세 때에 스페인은 전통적 라이벌인 프랑스와의 영토 전쟁에서 다시 패하여 약간의 국토를 빼앗겼으며, 이로써 스페인이 보유하던 유럽 세계에 대한 정치적 헤게모니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졌다. 쉽게 얘기하면 이제 다른 나라들이 스페인 제국 보기를 흑싸리 피로 보게 되었다는 스토리다.
펠리페 4세가 왕위를 물려준 네살배기 카를로스 2세는 곱사 등에다가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약골로서 몰락해 가는 한 가문의 마지막 지진아였다.
지난 150년 동안 스페인은 유럽 정치의 패자임을 자처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문화의 유행 즉, 복장, 의전, 외교 스타일, 전술 등의 분야를 선도하였다.
이사벨라 여왕 치세 시부터 펠리페 4세까지 스페인은 황금세기를 구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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