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10-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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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421회. 스페인제국 26. 엘리자베스 1세 4

엘리자베스가 평생을 혼자 살게 된 것은, 그녀의 ‘자연적 육체’는 알랑송을 사랑했으나 ‘정치적 육체’는 그녀의 신민들의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세월은 가고 1580년 그녀가 50대 중반을 넘어서자 결혼에 대한 기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의 평균수명은 중상류층이 40세 정도였다. 결혼의 기대가 사라지면서부터 그녀의 정결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여왕은 죽기 전까지 신민들과의 결혼의 상징으로 대관식 때 끼었다고 말해지는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의 신민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개인적인 사랑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대들은 나보다 더 위대한 군주를 가질 수 있을는지 몰라도, 나보다 그대들을 더 사랑하는 군주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죽기 얼마 전 마지막 의회에서 행한 ‘황금 연설’은 수없이 인쇄되었는데, 특히 “나는 그대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스렸다는 것을 내 통치의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는 대목은 연설의 압권이었다.
말년에 엘리자베스는 젊었을 때의 애인인 로버트 더들리 백작의 양자인 에식스 백작을 사랑하였다.
성정이 날카로웠으며, 자부심이 높고 방종했던 에식스는 군 지휘관을 원하여 군에 투신한 후 처음에는 스페인에 대한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여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폭동 진압군의 지휘자로 자원하여 아일랜드로 떠난 지 6개월만에 진압에 실패하고 귀국하여 진압 실패를 변명하기 위하여 돌연 여왕의 궁정에 나타났다.
그는 그 직후 실각하였는데, 반란 진압에 실패하여 실각한 것이 아니라, 여왕이 화장을 마치기 전인 오전 10시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80먹은 할머니도 외출할 때는 화장을 한다. 그것이 과연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한 화장일까? 아마 그 화장은 자기 자신의 추함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추한 맨 얼굴을 보인 여왕은 애인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그냥 주제 파악을 하고 근신해야 하는 것이 옳지, 에식스는 주제도 모르고 편법으로라도 권력의 정상에 재등장할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였다.
그는 그가 종군하고 있던 아일랜드의 군 지휘관인 마운트 조이에게 회군하여 자기와 합작으로 정권을 장악하자고 획책하였으나 마운트 조이는 이를 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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