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10-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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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418회. 스페인제국 23. 엘리자베스 1세 1

영국인들에게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을 3명 꼽으라면 제일 먼저 엘리자베스 1세, 셰익스피어 그리고 뉴턴을 꼽는다. 대영제국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영국 국민들에게는 엘리자베스 1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그녀는 영국인들의 집단적 심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왕으로 영국 국민의 정체성과 국민문화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엘리자베스는 영국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여성 정치인이자 카리스마를 가진 국왕이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은 위대한 지식인들과 천재적 시인들, 현명한 정치가들, 그리고 스페인의 무적함대 격파라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해상의 모험과 영광스러운 대영제국의 번영을 반추한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선한 여왕 베스’, 글로리아나, 요정의 여왕 등 선과 아름다움 그리고 위대함을 상징하는 칭호들이 붙여졌다.
엘리자베스에게 바쳐진 최대의 찬사는 “지상에서는 첫번째 처녀, 천상에서는 두번째 처녀”라는 수사이다. 영국 국민들에게 처녀 여왕인 엘리자베스는 성모 마리아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는 성녀로 자리 매김이 되었던 것이다.
스페인제국 몰락의 시작이자 철천지원수인 대영제국의 초석이 놓여진 계기로 평가되는 무적함대와의 해전을 승리로 이끌 당시 영국의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는 유럽 변두리의 가난하고 별 볼일이 없던 잉글랜드라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영국 국민이라는 자긍심과 일체감을 불어넣어 19세기 대영제국으로 비약시키는 기반을 마련한 여왕으로 평가된다.
엘리자베스 1세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처럼 영국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는 그녀가 역경을 이겨내고 이룬 성취 때문이다. 영국을 세계 최대 강국으로 도약시킨 발판을 놓았을 뿐 아니라, 왕위계승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상황에서 끝내 여왕의 지위를 차지한 드러매틱함, 철저하게 남성 지배적인 근대 초 사회에서 여성의 신분으로 국왕으로 군림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했던 여왕이었으며, 국민의 사랑을 평생 기대하며 살았던 여왕의 기억이 영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겨 놓은 것이다.
영국인들로서는 당시 유럽 최강국인 스페인제국의 막강한 무적함대를 초토화시켜 그들의 침략을 저지하였다는 것은 영국인 모두에게 위대한 영국의 이미지를 심는 감격, 그 자체였던 것으로, 그들은 1588년을 신이 축복한 해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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