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 묻어나는 ‘알밤’ 주워보세요

2005-09-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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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묻어나는 ‘알밤’ 주워보세요

우리농원을 찾은 한 가족이 알밤을 모아서 바구니에 담고 있다.

LA인근 가을을 찾아서

앤틸로프 리틀록 밤농장 ‘우리농원’

매일 늦여름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남가주에는 사과, 배, 감, 대추, 체리, 복숭아 등 각종 농장이 많은데 유일하게 밤 농장만은 찾기가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가주 사막기후가 밤 농장 운영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둘러싸고 있는 가시 때문에 밤은 수확하기가 일반 과일보다 힘들다. 다른 과실에 비해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가 적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요건 속에서 용감하게(?) 밤농사에 뛰어든 한인들이 있다. 바로 무어팍에 거주하는 로이와 티나 김씨 부부. 20여년간 의류무역업에 종사했던 로이 김씨는 초자연 환경에서 은퇴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리틀록 밤 농장을 발견하고 지난 2003년 사과, 복숭아 그리고 밤나무가 함께 있는 10에이커의 과수원을 중국인으로부터 인수했다.
1,500그루의 밤나무가 ‘우리 농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투둑 투둑’ 고동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알밤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고 있다.
밤중에서도 가장 달다는 아메리칸 하이 마운틴종인 알밤은 벌써 끝물. 쩍쩍 벌어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김씨는 “햇밤과 묵은 밤의 차이는 밤 끝 뾰족한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햇밤은 이 곳이 흰색이고 잔털이 나 있다”며 “일반 마켓에서 판매하는 밤들은 원산지가 동부 지역으로 톱밥에 물을 넣어 1년 가량 저장한 다음 소비자에게 판매된다”고 말했다.
밤 줍기는 어른에겐 동심을 되살리고 아이에겐 자연학습의 기회. 집게나 막대기로 흔들어 밤송이가 땅에 떨어지면 양발로 밤을 벌려 속에서 터져 나온 밤을 바구니에 집어 담는다.
밤 가시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긴소매 티와 면장갑은 기본이다. 여기에 모자나 안전모까지 챙기면 더할 나위 없다. 김씨는 “밤 가시는 찔려도 크게 아프지 않고 신경을 자극하는 침술 효과가 있다”며 “반바지보다는 청바지를 입고 오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밤을 따러갈 때는 햇볕이 따가울 수 있기 때문에 선탠 로션을 준비한다. 밤을 딸 때는 가지를 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밤나무에 올라가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자연과 농장 주인이 일년의 세월 동안 공들여 맺은 열매들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땄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는 몰지각한 행위를 해서는 안되겠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노스→170번 노스→5번 노스→14번 노스로 갈아타고 앤틸로프 밸리 초입인 Pearblossom Hwy에서 내려서 5마일 정도 직진한다. 14번 프리웨이에서 내려서 5번째 신호등에서 모빌 주유소가 나오는데 이 지점에서 Pearblossom Hwy가 Ave. T로 갈라진다. Ave. T로 들어서 2마일 정도 직진하면 92nd St.과 만난다. 이 지점에서 우리농원 사인이 나온다. 92가에서 좌회전 200여야드 북상하면 농장이 나온다.
문의 (805)433-4289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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