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운 안주 좋아하는 술꾼 ‘환영’

2005-09-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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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핫 스팟
8가 옥스포드 플라자내 카페 ‘준’

한인 업소, 그 가운데서도 직접 먹고사는 데 별 지장을 주지 않는 유흥업소가 그리 흔치 않던 80년대 후반, 옥스포드 플라자에 등장한 ‘여왕봉 다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이야 쇼핑 몰마다 한 집씩 들어와 발에 치는 게 카페지만 밥 먹고 살기도 바쁜 시절, 여왕봉 다방은 그 ‘참을 수 없는 이름의 촌스러움’을 100번이라도 용서할 만큼 고향에 대한 우리들의 추억을 달래주던 장소였다.
최근 한인타운의 성장은 유흥업소의 양적, 질적 팽창으로도 설명된다. 당시 가벼운 식사와 커피, 맥주 와인을 대학가 앞 경양식 집 같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단골을 두었던 여왕봉 다방은 세련된 인테리어, 쌈빡한 메뉴를 무기로 등장한 수많은 카페 앞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3월, 여왕봉 다방은 카페 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마이클 맨 감독의 블락버스터 액션 영화, 담보물(collateral)에서도 한인 타운을 설명하는 장면에 비춰질 만큼 카페 준이 위치하고 있는 옥스퍼드 샤핑 몰은 우리 모두에게 낯익은 곳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와 술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카페 준은 점심때 부담 없는 가격의 런치스페셜도 즐길 수 있어 좋다. 한참 잘 나가는 카페, 주점들은 요란한 음악 소리, 시끄러운 손님들 소리 때문에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카페 준은 비교적 조용한 공간에서 옛 친구와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최근 카페 준을 수많은 유사 업종과 차별화하는 것은 인기 메뉴, 불닭이다. 불닭은 한 번 맛보면 혀끝을 아리게 하는 매운맛에 연신 혀에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도 또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을 지녔다. 청양고추가 입 안에 질러놓은 뜨거운 불은 누룽지탕이나 주먹밥을 다 비워도 꺼질 줄을 모른다.
한인 타운 불닭의 원조, 카페 준에서는 여러 단계의 매운 맛을 준비하고 있다. 매운 맛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단계는 ‘하수’. 하지만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칠 만큼 맵기는 여전하다.
다음 단계로는 평민, 고수, 지존, 신 등이 있다. “매운 맛의 끝에 서고 싶다. 이보다 더 매울 순 없다.”라는 설명의 ‘신’은 한 달에 한두 명이 찾을까 말까한 매운 맛의 최정상.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평민’이다. 한국인의 피를 타고나 가끔씩은 매운 것을 먹어줘야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우리들. 카페 준의 불닭은 그런 우리들의 입맛에 시원스러울 정도의 매운 맛을 선사한다.
▲오픈 시간: 오전 11시-새벽 1시. 발레 파킹. 런치 스페셜은 6.99-9.99달러. 디너 안주는 15달러 선. 각종 주류 완비.
주소 3526 W. 8th St. 90005, 8가와 옥스포드 코너.
전화 (213) 385-0974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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