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즈니스 칼럼/ 랜드로드, 리스 그리고...

2005-09-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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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미<변호사>

자영업이 한인경제의 근간임은 아직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하는데는 여러 요소가 있다. 업종선택, 영업장소, 경영수완 등등. 그러나 이것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임대계약, 즉 리스 조건이다.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1-2년 또는 2-3년 밖에 영업을 할 수 없다면, 이곳에 수십만 달러를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혹은 장기간 임대는 가능하지만 후에 매각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이런 가게를 수십만 달러를 주고 매입하는 것은 승률이 낮은 도박이다. 형식상의 임대조건은 좋으나 철거시 강제퇴거 조항 (Demolition Code)이 있다면 주저할 수 밖
에 없다.


최근에는 미국 경기가 좋았던 관계로, 특히 부동산시장의 폭등으로 인해 상가의 임대조건이 갈수록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년 전과 같은 불경기 때의 세입자의 자세를 고집하며 상가임대를 시도하는 한인들이 아직 많다. 마음에 드는 가
게를 쉽게 찾기도 힘들지만, 찾는다 해도 구입에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델리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찾아 왔다. 현재 10년 리스 중 6년이 남아있고, 옵션에 3년 있으며 리스기간 중 렌트는 매년 2%씩 인상되는 업소다. 같은 조건으로 10년짜리 새 리스를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고객의 부탁이니 일단 랜드로드와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와 접촉을 시작했다.
랜드로드 쪽의 답변은 간단했다. 약 5년전 지금 주인이 가게를 샀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모든 요구조건에 대해 “No”란 대답이다.
현재 자신들이 소유·임대하는 상가의 경우, 새 리스는 5년짜리만 준다. 즉 과거와 같은 10년짜리 리스는 더 이상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매년 3% 렌트 인상이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리스를 그냥 인계받는 경우는 일단 봐 주지만, 3년이상 리스기간이 남은 상가는 새 리스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기존의 리스조건이 더 좋으니 그냥 불평 말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라는 충고다.10년 리스, 2%의 인상률, 3년 추가옵션은 이제는 끝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구입을 희망하는 고객은 무조건 자기 주장이 관철 돼야만 된다고 강변한다. 현 가게주인, 즉 셀러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사실만 힘주어 반복한다. “갑갑한” 일이다.왜냐하면 셀러가 랜드로드가 아닌 이상, 어떤 조건이 된다 안된다 말할 수는 없다. 변호사인 내가 랜드로드라면 고객의 ‘희망사항’을 들어줄 수도 있으나, 불행하게도 나는 랜드로드가 아니다. 랜드로드의 원칙이나 바뀌어진 상가임대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의 요구만을 강요한다면 결론은 하나다.

가게인수를 포기하거나 랜드로드쪽 조건을 받아들이든가…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 하는 것은 인적 끊긴 허허벌판에서 혼자 악 쓰는 것과 다를바 없다. 결국 이같은 고객을 만나면 변호사인 나는 나대로 시달리고, 랜드로드는 짜증스러워하고, 셀러는 가게도 못 팔고 시간만 허비하고, 바이어는 시간-노력 그리고 금전적 손해만 자처하게 된다. 좋던 싫던 현실은 현실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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