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동절 연휴, 당신 집에서 보낼께

2005-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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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집바꿔 휴가 보내기
하우스 스왑, 아세요

어느새 노동절 주말이 다가왔다. 자동차를 타고 멀리 떠나가지 않더라도 올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황금연휴를 그냥 집에 앉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대부분 한인들에게 노동절은 말 그대로 황금주말,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스스로의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 인식의 폭을 조금만 넓힌다면 호텔 예약을 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주 특별한 노동절 주말을 보낼 수 있다. 하우스 스왑(House Swap), 홈 익스체인지(Home Exchange). 우리 귀에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 세계의 여행 빠꿈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단어들이다.


온라인 동호회 회원 여행지 숙소로 활용
오는 가족위해 생활정보 등 챙겨 놓기도


몇개의 홈 익스체인지 사이트에 등록을 하고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여행자들과 “당신네 가족이 우리 집에 머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하는 대화를 수 차례 나눠왔던 장순영(41·주부)씨는 이번 주말,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외국의 어느 나라가 아닌, LA에서 두 시간 거리의 팜스프링스를 하우스 스왑의 대상 도시로 정했다.
알기 쉽게 하우스 스왑이나 홈 익스체인지를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도시나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자신들의 집을 다른 이들에게 빌려주고 자신들이 휴가 기간에 그들의 집에 머무는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다. 기간은 약 1-2주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한 달 또는 그 이상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하루나 이틀 등 단기간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집을 바꾸어 여행지의 숙소로 머무는 대신 따로 드는 경비는 없다. 웹 사이트에 등록된 회원들의 신상을 꼼꼼히 확인하다 보면 자신과 나이나 취미, 가족 구성, 라이프스타일 등이 비슷한 사람들이 나온다. 하우스 스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의 집에 머무는 것이 더 편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캐더린 존스 가족은 팜 스프링스 시내에서 가까운 침실 3개짜리 주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그녀의 집은 노동절 황금연휴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에 썩 괜찮아 보였다.
노동절 주말, 집을 바꿔 휴가를 보내지 않겠냐는 그녀의 제의에 캐더린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장순영씨 가족이 팜스프링스에 머무는 기간, 캐더린네 가족은 LA 다운타운 가까운 그녀의 집에 머물며 평소에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던 게티 센터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손님을 집에 초대하는 것은 쌓아놓은 신문을 정리하고 옷장을 청소하며 거라지 세일을 해서라도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장순영씨는 아이들과 휴가 떠날 준비를 하는 동시에 홈 익스체인지 파트너인 게스트들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도록 집안 구석구석을 오랜 시간 쓸고 닦고 매만졌다.
기억은 그녀를 몇 해 전 방문했던 레이크 타호 인근의 호스트 에바 라이터의 집으로 이끌었다. 레이크 타호 지방이 초행길인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에바는 지도, 주변 가볼만한 곳과 레스토랑, 가까운 레스토랑의 테이크아웃 메뉴, 공항가는 리모 서비스의 쿠폰까지 꼼꼼하게 챙겨놓았다. 호스트 에바의 그 깊은 배려에 그녀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했었다.
그 가족이 자신의 집에 게스트로 왔을 때 그녀도 몇 해 전의 호의에 보답하는 깜짝쇼를 마련했다. 게스트가 도착한 첫 날 먹을 수 있도록 와인이 있는 디너를 준비하고 과일과 치즈를 예쁘게 담은 바구니를 놓아둔 것.
양쪽 집을 오가며 휴가를 즐긴 장순영씨 가족과 에바 라이터 가족은 서로를 멀리 사는 친척으로 여기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홈 익스체인지는 모험이다. 장순영씨의 경우처럼 성공적일 수도 있지만 악몽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조로운 홈 익스체인지가 되기 위해서는 집에 몇 사람이 머물게 되는지, 게스트 중에 아이나 노인들이 있는지 등 서로에 대한 기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익스체인지에 들어가기 전, 단기 익스체인지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샌디에고나 팜 스프링스에 사는 미국인들과 주말 동안 집을 바꾸어 홈 익스체인지의 실제를 체험해보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집에 없는 동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와 있다는 사실이 편하지 않다면 당신은 홈 익스체인지에 적합한 성격이라 할 수 없다. 홈 익스체인지 할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역시 사진으로 확인한 것과 달리 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휴가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바로 우리 마음의 결정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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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줄리 장양이 여행 가방을 매고 며칠 못 볼 화초를 돌보고 있다.


■홈 익스체인지를 위해 준비할 것들
많은 홈 익스체인지 사이트에서는 집의 사진을 올리라 권하고 있다. 집이 지저분한 모습으로 오르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일단 게스트의 방문이 결정되면 자기 집과 물건들을 손님이 휴가 중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한다.
-TV, VCR, DVD, 가전제품, 진공청소기, 알람 시스템, 히터, 에어컨 등의 사용법을 적은 매뉴얼을 눈에 띄는 곳에 둔다.
-배수 시설, 가전제품이 고장 났을 때 평소 이용하는 수리회사의 상호와 전화번호를 남겨둔다. 가정 주치의, 인근의 병원, 비상 병원, 소방서, 경찰서 등 비상 연락 번호는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둔다.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는 친척과 친구의 이름. 전화번호도 포함시킨다.
-본인의 연락 번호와 여행 일정 사본을 놓아둔다. 애완동물과 화초를 돌봐주기 원하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지침을 적어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둔다.
-우체국에 가 돌아올 때까지 우편물 홀드 서비스를 요청하고 게스트가 신문을 원할 경우가 아니면 신문 배달을 임시 정지시킨다.
-옷 서랍에 게스트의 옷을 넣을 만한 공간을 마련하고 빈 옷걸이를 충분히 준비한다. 깨끗한 타월과 침대 시트도 넉넉하게 준비한다. 화장지, 비누 역시 부족하지 않게 마련한다.
-귀중품은 금고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잘 보관한다.
-청구서들을 모두 처리한다.
-잔디를 깎고 수영장을 청소한다.
-자동차도 교환 조건에 포함된다면 자동차 정비를 마치고 보험과 등록증 사본을 놓아둔다.

■뜻하지 않은 사태 대비책
- 열쇠는 꼭 교환하도록 한다. 본인이 직접 건네주지 못할 상황에는 이웃이나 매니저, 친구나 친척을 통해 전달하도록 한다.
-아주 드물게 상해나 절도가 일어나기도 하니 뜻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레퍼런스를 주의 깊게 체크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별 신상과 사업에 대한 조항을 주의를 기울여 검토한다. 금연에 대한 이야기도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 만약 상해가 발생한다면 그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충분히 사전에 논의를 한다.
-집을 가능한 한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는 어떤 물건들을 통제구역 내에 둘 것인가 결정한다. 골동품, 주요 문서 등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따로 보관한다. 정말 중요한 물건들은 은행의 안전 보관함에 따로 예치한다.

■홈 익스체인지·하우스 스왑 사이트
무료 사이트도 있지만 연회비로 75-100달러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www.intervacus.com, www.homelink.org, www.sunswap.com, www.homelink.org, www.thevacationexchange.com, www. cyberrentals.com

<글·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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