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끈한 음식에 더위가 싸~아악

2005-08-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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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내 소문난 매운 음식들

입추가 지났건만 아직 더위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날이 더우면 자꾸 찬 음식이 당기게 되지만 열은 열로 다스리라는 조상들의 지혜, 이열치열을 되새겨 볼 때다. 목구멍으로 불덩이가 넘어가듯 세포 하나 하나를 깨우는 화끈한 음식은 먹을 때면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돌아서면 시원해진다. 한인타운 내에 소문난 매운 음식들을 한데 모아봤다.


동천홍의 사천탕, 광동탕, 오룡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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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기로 소문난 것이 중국 사천 지방의 요리. 동천홍에는 여름날 정신을 바짝 나게 하는 매콤한 사천요리가 여럿 있다. 식당 오픈을 앞두고 중국 전역을 돌며 식당을 순례하던 황재영 사장과 주방장은 사천 지방의 재래시장과 식당을 돌며 음식 맛을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사천요리야 말로 한국인에게 꼭 맞는 맛이라는 결론이 섰기 때문이다.
해물과 야채를 듬뿍 넣고 할라피뇨와 칠리로 매운 맛을 낸 사천탕면은 국물 색깔이 말갛지만 맵기로는 빨간 짬뽕을 한참 앞선다. 해물과 야채에 칠리 오일과 전분을 풀어 걸쭉해진 웃기를 누들에 얹은 광동면도 먹고 있자면 목덜미에서부터 이마에까지 땀이 쉬지 않고 흐른다. 새우와 해삼을 전분에 튀긴 후 야채와 함께 칠리소스에 볶은 오룡해삼 역시 독하게 맵다.
이 모든 매운 맛의 비밀은 작지만 맵기로 소문난 사천고추. 첫맛은 바늘로 콕콕 찌르듯 혀를 톡 쏘고 속으로 들어가면 뒷머리가 쭈뼛해질 정도다.
동천홍: 1143 S. Western Ave. LA, CA 90006. 전화 (323) 732-4884.


카페 준의 불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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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운맛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불닭이 아닐까. 한 번 맛본 이들은 혀끝을 아리는 매운맛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그 중독성에 또다시 찾게 된다.
청양고추를 사용해 불에 구운 불닭은 누룽지탕이나 주먹밥을 다 비워야 불이 꺼질 정도다.
한인타운 불닭의 원조, 카페 준에서는 여러 단계의 매운 맛을 준비하고 있다. 매운 맛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단계, ‘하수’지만 맵기는 여전하다.
그 다음 단계로는 평민, 고수, 지존, 신 등이 있다. “매운 맛의 끝에 서고 싶다. 이보다 더 매울 순 없다.”로 특징지어지는 ‘신’은 한 달에 약 한두 명 정도도 찾을까 말까한 매운 맛의 진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평민’이다.
가끔씩은 매운 것을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의 입맛에 불닭은 시원스러울 정도의 매운 맛을 선사한다.
카페 준: 3526 W. 8th St. 90005. 전화 (213) 385-0974.


숟가락 젓가락의 최루탄 라면, 그 외 최루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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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매우면 음식 이름에 최루탄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눈물을 쏙 빼놓는다는 최루탄라면을 먹고 있자니 입술이 퉁퉁 불어오는 느낌이다.
같은 라면이건만 최루탄 라면은 일단 냄새부터 무지 맵다.
할라피뇨, 고춧가루, 매운 야채 등 매운 맛을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넣고 양은 냄비에 끓여 낸 최루탄 라면은 국물이 얼큰해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그 외 최루탄 시리즈로는 최루탄 김밥과 최루탄 떡볶이가 있다. 매운 맛의 스페셜 소스를 발라 돌돌 만 최루탄 김밥, 색깔도 시뻘건 최루탄 떡볶이 등 최루탄 시리즈는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스스로는 너무 매워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소문이 자자해 더운 여름날, 배달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며 주인 송은숙씨는 최루탄 시리즈의 인기를 자랑한다.
숟가락 젓가락: 3417 W. 6th St. Los Angeles, CA 90020. 전화 (213) 739-4321.


무교동 낙지의 낙지볶음과 낙지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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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무교동 낙지 골목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무교동 낙지’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등 시뻘건 양념만 뒤범벅 했지 야채 하나 가미 안 된 원조 그대로다. 이곳의 낙지볶음은 매운 맛, 보통 맛, 안 매운 맛 등 세 가지로 준비된다.
매운 맛은 한국에서 직송한 청랑고추를 듬뿍 넣어 뒷골이 당길 정도로 맵고 보통 맛은 청랑 고추와 호고추를 반반 섞어 알싸하며 안 매운 맛은 보통 호고추를 사용해 그래도 견딜 만하다.
매운 맛의 비밀은 한국에서 보름에 한 번씩 직송해오는 목포 낙지와 청량 고추. 낙지볶음에 콩나물 넣어 슥슥 비빈 낙지 비빔밥과 쫄깃한 사리를 곁들인 낙지볶음사리는 국물을 연신 벌컥벌컥 들이켜야 또 다시 젓가락이 갈 수 있을 정도로 맵지만 무더운 날씨에 정신 짱 날 정도로 입맛을 되찾아 주는 메뉴다.
무교동 낙지: 4003 Wilshire Blvd. #I, LA, CA 90010. 전화 (213) 380-8288.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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