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상과 우상

2005-08-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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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아무 것에도 기대지 말고 오로지 진리를 등불 삼고 네 자신을 등불 삼아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신 부처님의 살아생전 당부도 어느덧 세월이 흐르니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을 모두 달랠 수는 없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자 유골을 두고 다툼이 일었지만 결국 인도 여러 나라의 무덤에 고루 나누어 넣어졌다. 이 무덤들은 땅 위에 덩그렇게 주로 돌로 지어졌는데 인도 말로는 스투파, 중국에 건너와선 탑파, 나중엔 줄여서 탑이라고 하였고 우연히 영어의 타워와도 소리가 닮았다.
사람들은 스투파에 찾아와 절하며 돌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음식이나 꽃 같은 정성을 바쳤다. 그러다 마침내 스투파의 둘레나 문기둥 등에 부처님의 모습을 새기거나 따로 돌을 깎아 만들기도 했는데 힌두 신상의 영향을 받은 이러한 마투라 불상들은 후세에 큰 영향을 남기지 못하고 인도 불교의 쇠락과 함께 사라져 갔다.
한편 불교는 인도 바깥 동서남북으로 왕성하게 퍼져 나갔는데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그전에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때 따라와 눌러 살던 그리스 사람들이 불교도가 되었다.
이들도 오직 진리와 자기자신만 등불로 삼기엔 허전했던지 고국에서 제우스 신 등 여러 그리스 신상을 만들어 경배했던 것처럼 아름답고 사실적인 부처님 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자기들 하고 비슷하게 생긴, 곱슬머리에 코가 높고 눈이 꺼진 서양인의 모습이었다.
이 간다라 불상이 동으로 동으로 황인종의 영역으로 전해져 마침내 중국의 윈깡 석불, 경주 석굴암의 여래상, 일본의 가마꾸라 청동 불상이 되었는데 얼굴도 차차 둥글어지고 코도 깎여 현지인의 모습을 닮아 갔지만 머리카락만은 더욱 정형화되어 소라고둥 투성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이러한 불상 경배가 때로 우상 숭배로 매도되기도 한다.
우상이란 어떤 형상에 신격을 부여하여 섬기는 것이지만 부처님은 신이 아니며 불교에는 신이 없다. 언뜻 잡다해 보이는 여러 신장들은 불교가 각지로 퍼지면서 힌두교나 무속 등 현지의 토속신앙 전부를 깡그리 부정하여 야박하게 내치지 않고 너그러이 보듬다보니 일부 같이 데리고 있는 것으로서 하나의 방편일 따름이며, 불자는 결국 부처님이 밝혀 주신 법을 등불 삼고 자기 자신을 등불 삼을 뿐이다.
부처님의 상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생긴 아름다운 예술품이요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현실에 있어서도 우리를 깨침의 길로 이끄는 효용 큰 보조물로서 일종의 학습교재이거나 환경정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진이나 사랑하는 임의 모습을 간직하고 소중히 다루듯, 그 앞에 고요히 앉아 그분을 생각하며 그 가르침을 잘 되새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며, 언젠가 그 소용이 다하면 치워 없애거나 심지어 추운 날 패서 군불로 땔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절대시하는 모든 가치, 제도, 형상, 경전, 말씀, 재물, 권력, 명성, 도그마 같은 것들이 우상일 것이며 우리 대부분은 그런 우상을 날마다 섬기고 있을 것이다.


이 원 익
(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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