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냉면 위의 달걀 반쪽

2005-08-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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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깨끗하고 쉽게 삶으려면

상온의 것 삶아야 금 안가
세워야 노른자 가운데로
잘 벗기려면 빨리 찬물에
칼 뜨겁게 해서 잘라야 깨끗

여름철 자주 먹는 냉면에는 삶은 달걀 반쪽이 반드시 얹어 나온다.
냉면 맛과 특별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고, 없어도 전혀 상관없을 성싶은 삶은 달걀 반쪽은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에 상관없이 언제나 들어있으며, 집에서 인스턴트 냉면을 만들 때도 굳이 달걀을 삶아 고명으로 얹어내는 것을 숙명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달걀 삶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데 있다. 실컷 끓여서 다 익었나보다 하고 껍질 벗겨보면 반숙일 때가 많고, 끓이는 도중 껍질에 금이 가서 흰자가 삐져 나오기도 하며, 익기는 다 익었는데 반으로 자르고 보면 노른자가 한쪽에 몰려있어 모양도 예쁘지 않고 노른자와 흰자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일 때가 많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예쁘고 깨끗하고 쉽게 달걀을 삶을 수 있을까? 달걀 삶기의 모든 것, 그 노하우를 소개한다.
우선 계란은 상온의 것을 삶아야 한다. 냉장고에서 곧바로 꺼내 삶으면 급격한 온도변화로 쉽게 금이 가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은 밖에 30분 정도 놔두었다가 사용한다.
냄비에 계란을 넣고 찬물을 붓는데, 물의 양은 계란이 잠길 만큼 넉넉해야 한다. 물의 양이 적으면 한쪽만 익을 수 있다.
물을 넣은 냄비에 소금 약간, 식초 1작은술 정도를 넣는다. 소금은 달걀 껍질이 잘 벗겨지게 해주고, 식초는 달걀이 깨져도 달걀흰자가 흘러나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준다(단백질과 산이 만나 카제인을 생성하기 때문).
그 다음 불을 올리고 반숙은 10분, 완숙은 15분 끓이면 된다. 물이 끓고 나서 15분이 아니라 찬물에 넣고 불을 켠 순간부터 15분이라는 소리다. 달걀은 너무 오래 삶으면 노른자가 검게 되면서 맛이 나빠지고 영양가도 상실된다는 설이 있다. 화력은 중간 불 정도가 적당하다.
계란을 세워서 삶으면 예쁘게 삶아지는데 계란을 물 속에서 세우려면 계란을 많이 넣고 서로 붙여서 안 넘어지게 하는 방법을 쓰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한꺼번에 많이 삶을 때만 가능한 방법이다. 노른자가 정 가운데 오도록 하려면 주걱이나 젓가락으로 한 방향으로 굴려가며 삶는다. 이렇게 삶은 달걀의 껍질을 잘 벗기려면 급속하게 찬물에 담가야 한다.
삶은 달걀은 공기중에 식혀서(30분) 껍질을 벗기는 것보다 냉수에 빨리 식히면(5분) 더 잘 벗겨진다. 그 이유는 흰자위와 속 껍질막 사이에 생기는 수분 때문으로, 열을 받아 팽창했던 수분이 찬물에 식으면서 응결하여 속 껍질막과 흰자위 사이에 수분이 맺히는 것이다.
그런데 삶은 달걀을 뜨거울 때 먹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끓는 물에서 꺼낸 달걀을 소금에 10분쯤 묻어두었다가 벗기면 깨끗이 벗겨져서 뜨거운 달걀을 먹을 수 있다.
한편 삶은 달걀을 자르는 일에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잘 못 자르면 부스러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식칼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자르거나, 불에다 뜨겁게 쬐어 자르면 노른자가 부서지지도 않고 매끄럽게 잘 썰어진다. 반숙한 달걀은 양쪽 끝 부분을 조금 잘라내 평평하게 해서 세운 다음 실을 이용하여 자르면 잘 잘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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