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으로 떠나는 ‘모듬 나들이’

2005-08-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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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으로 떠나는 ‘모듬 나들이’

말리부 크릭

산으로...바다로...강으로...

자녀와 함께 가까이서 찾는 ‘알뜰 방학나기’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Santa Monica Mountains National Recreation Area)은 LA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프로그램 매쉬(MASH)의 촬영지였던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은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알고 로케이션을 선택했는지는 몰라도 주변의 산세가 한국의 산악지역과 매우 유사하다. 고산 지역이 아닐 경우 남가주 대부분의 언덕들은 구릉이 완만하고 소나무나 바위보다는 초목으로 우거진 낮은 언덕을 구축한다. 하지만 이 곳은 한국의 산간지역과 비슷하게 사암과 화산암 암반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으며 선사시대에 살았던 인디언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석굴과 각종 석조물들도 많이 있다.
길 따라 곳곳에 샌타모니카 해안지역 표토층이 특징인데 고고학적으로도 가치가 크고 하이커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캠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어린 학생들의 단체 캠핑단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공원 레인저가 가이드로 나오는 각종 서머 프로그램들로도 유명하다.
말리부 라군(바다), 말리부 크릭(강) 그리고 엔시널 캐년(산) 등이 모두 모여 있는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으로 여름방학 자연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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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라군


탐험·탐사·탐방 “몽땅 즐기세요”

이곳은…

학교밖서 배우는 ‘생생한 자연현장’

낚시·하이킹·갯벌 관찰에 스쿠버까지
세라 수녀원엔 사랑고백 연인들 몰려

1828년 스페인 국왕의 토지 하사로 샌빈센트 샌타모니카와 보카드 샌타모니카 랜초(rancho)가 생겨 이 두 개의 목장 이름에서 일대가 샌타모니카 산맥으로 불리게 됐다. 이 대형 목장은 미국 땅이 되면서 분할돼 주인이 바뀌면서 트리펫 랜치 등 목장으로 이용되었다가 20세기 초반 대부분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남가주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처로 남게된다.
샌타모니카 국유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맞는 곳은 말리부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인 말리부 라군(Malibu Lagoon)이다.
하늘과 맞닿은 광활한 수평선, 맑고 시원한 해풍…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심신이 편안하기만 하다. 한가한 가운데 무심코 던진 눈길에 물새 한 마리가 들어온다.
말리부 라군은 한때 할리웃의 유명 배우들이 한 여름을 즐기던 곳으로 샌타모니카 산맥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말리부 크릭의 강물이 바로 라군으로 들어서면서 남가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물새들의 특별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군과 피어 사이에 있는 인근의 서프라이더 비치는 파도가 높아 서핑을 하기는 적절하지만 초보자들은 수영을 안 하는 것이 좋다. 많이 알려져 주말에는 특히 붐비는 곳으로 백사장은 물과 만나는 곳에서 금방 없어지고 바위로 변한다. 낚시, 하이킹, 피크닉, 갯벌 관찰, 스쿠버 등도 즐길 수 있다.
인근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샌타모니카 산맥을 등진 언덕에 자리잡은 세라 수녀원이다. 가톨릭 프란시스칸 수녀와 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수녀원이라기보다는 명상센터로 유명한 곳으로 말리부 해안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원은 장미 등 여러 가지 꽃으로 아름답게 다듬어져 있으며 노을지는 저녁은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많은 연인이 이 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언약식을 치렀다.
말리부 라군에서 말리부 캐년 로드를 이용해 북상하면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말리부 비치에서 북쪽으로 6마일 정도 지점에 있는 이 곳은 인근 토팽가 캐년 주립공원과 더불어 캘리포니아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많이 있는 공원으로 꼽힌다.
7,000에이커를 웃도는 메가 사이즈에 왕복이 1마일밖에 안 되는 짧은 코스에서 10마일이 넘는 장거리용 코스까지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하이킹에 익숙한 베테런은 물론 초보자까지 누구나 체력에 맞게 적당한 코스를 택해서 걷고 올 수 있다.
8월초인 지난주 밸리 내륙 지역의 기온은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됐지만 공원은 80도 정도의 온화한 날씨였다. 하이킹과 자연 탐사 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이었는데 1~2학년 어린이들이 즐겁게 하이킹을 떠날 수 있는 코스도 여러 개 있었다.
이 곳의 가장 유명한 코스는 공원 입구에서 남쪽으로 500여미터 들어가면 나오는 비지터센터로 향하는 하이킹 코스.
비지터센터까지 0.7마일 동안 떡갈나무 터널 밑을 뚫고 한쪽으로 샌타모니카 마운틴의 높은 산간과 또 한쪽으로는 티피아(Tipia) 랜치의 완만한 구릉의 아름다운 산세를 구경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팍 로드 양옆에 울창한 참나무, 느티나무 숲이 있어 늦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려준다.
중간에 말리부 크릭 계곡류를 만나는데 시원한 샌타모니카 마운틴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물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즐긴다. 바위 사이로 가재, 올챙이, 어린 송어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데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비지터센터에서 더욱 깊숙이 0.5마일 정도 들어가면 한국의 도봉산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바위군을 만나게 된다. 풍화작용으로 바위 표면에 수천 개의 제비집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암벽 타기에 좋은 손잡이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먼저 구멍을 이용해 바위 위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아이들이 탐험하기 좋은 또 다른 코스는 캠핑장에서 동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짧은 트레일. 특히 이 길은 달 밝은 밤에 나이트 하이킹으로 그만이다. 매미 소리를 배경으로 코요테, 부엉이, 라쿤 등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게 되는데 어둠을 헤쳐가며 향하는 하이킹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독립정신을 길러주게 된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에는 50여개의 가족 캠핑장과 60명이 단체로 캠핑을 할 수 있는 그룹 캠핑장이 있다.
예약은 리저브 아메리카(reserveamerica.com, 800-444-PARK)를 이용한다. 피크닉도 할 수 있는 공원의 하루 사용료는 차량 당 8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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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크릭 캠핑장. 주말 피크닉 장소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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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에는 수십개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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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크릭 계곡에서 생태계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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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최고 인기 TV 프로그램 매쉬(MASH)의 촬영지였던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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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따라 꽃으로 장식된 가든도 만나볼 수 있는 말리부 라군.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서쪽 방향으로 가다가 1번 PCH 북쪽 방향으로 갈아타고 말리부에 도착해 페퍼다인 대학이 나오기 1마일 전에 세라 로드(Serra Rd.)를 만나면 우회전, 안내문을 따라 언덕으로 1마일 가량 올라가면 수녀원을 만나게 된다. 세라 로드의 표지판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잘 찾아야 한다. 주소는 3401 Serra Rd.
세라 수녀원에서 나와서 1번 PCH를 타고 서쪽(우회전)으로 향하면 4분의1마일 지점에서 Cross Creek Rd.를 만난다. 이 곳에서 좌회전하면 말리부 주립공원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주차료는 8달러.
말리부 라군에서 다시 1번 PCH를 만나 서쪽(좌회전)으로 향하면 페퍼다인 대학이 보이는 곳에서 Malibu Canyon Rd.가 나온다. 이 곳에서 우회전해서 북쪽으로 6마일 정도가면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에 도달하게 된다.
오는 길에 샌타모니카 비치에 들러 위락공원인 퍼시픽 팍(Pacific Park)이나 팰리세이즈(Palisades) 공원에서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3가 프로머네이드(3rd Street Promenade)에서 샤핑을 하면서 분위기 있는 디너를 즐길 수 있다.


■방문 주의점

▲간편한 신발은 기본. 하이킹 슈즈나 운동화는 꼭 준비한다.
▲이 곳은 벼룩이 많다. 하이킹을 하고 나서 몸에 벼룩이 없는지를 꼭 확인한다.
▲방울뱀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저녁 무렵 바위 등을 들추지 말아야 한다. 뱀에 물릴 경우 입으로 뱀의 독을 뽑아내는 행동 등을 삼가고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옮긴다.
▲포이즌 아이비(Poison Ivy)를 조심한다. 하이킹 트레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포이즌 아이비와 접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산불을 조심한다. 하이킹을 하면서 절대 담배를 피지 말고 캠프파이어는 꼭 레인저의 허가를 받고 실시한다.
▲하이킹 할 때는 항상 마실 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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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림을 방문하면 사슴, 너구리, 코요테 등 야생 동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비지터 센터

버드 워치등 30여 프로그램 매일 실시

야생 파충류 전시관에
생태계 도서관도 갖춰

말리부 크릭 비지터센터를 포함한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 비지터센터는 남가주 여러 방문객센터 중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네이처 워크, 버드 워치, 워터폴 하이크, 패밀리 워크, 문라이트 워크 등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여름철을 맞아 매일 실시되고 있다.
말리부 크릭 비지터센터는 들어서면서부터 자연 생태계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도마뱀, 뱀, 두더지 등이 살아 움직이는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으며 인디언 유물, 광물 그리고 화석 등을 전시하는 곳도 있다. 지역 생태계와 관련된 서적들이 구비된 도서관이 있으며 작은 선물점도 있다. 센터는 피크닉 그라운드로 둘러싸여 있다.
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일부를 살펴볼 것 같으면 먼저 이 지역 조류를 관찰하는 버드 워크(Bird Walk) 하이킹이 있다. 갈매기, 부엉이, 제비 등 지역 들새들에 대한 공부를 하게되는데 조류 박사들이 그룹을 리드한다. 작은 망원경을 준비하면 좋다. 레인저가 온 가족을 함께 초대하는 패밀리 워크도 있다. 매달 만월에는 문라이트(Moonlight) 하이킹이 열린다. 보름달을 보면서 하는 색다른 하이킹으로 청소년들이 좋아한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의 비지터센터는 매주 토~일요일 정보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주소 및 문의: 1925 Las Virgenes Rd. Calabasas, CA 91302, (818)880-0350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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