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정직의 대가’

2005-08-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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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을 신념으로 삼고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직하면 손해본다’는 식의 교훈(?)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우리시대에 정직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기도 한다. 정직한 삶이 인정받기보다는 외면과 냉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을 정직하게 살려는 삶이 치르는 대가는 크지만 그 아픔이 내일의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했던 이지문 중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를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 보안사의 정치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등이 치른 대가는 큰 고통이었다.
90년대 말 교단 총회장 선거의 비리과정을 월간지를 통해 양심고백한 J 전도사는 교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기윤실 회원으로 정직한 납세를 선언한 사업가는 일종의 괴씸죄로 세무서를 통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삶은 부패가 만연한 한국의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진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미주 이민사회는 ‘부정직하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교회를 향해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모습은 서글프기 조차하다. 한국교회의 보이지 않는 관행 역시 그릇된 한국의 정치사회 구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인교회는 이민서류에 하나님의 사인도 받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이민국 직원의 냉소적 표현이 던지는 의미는 그만큼 한인교계에 만연한 부정직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하다.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정직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직의 대가를 지불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장차 우리의 2세들이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고 신뢰받는 커뮤니티 출신으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양심과 정직의 자세가 필요하다. 한인교회가 신뢰받을 때 이민사회가 신뢰받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이민 200년을 그리며 가장 신뢰지수가 높은 이민사회를 만드는 과제는 이제 한인교회의 몫이다. 지금 한인사회에 필요한 것은 부정직한 관행과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자기 비대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교회와 이민사회를 불편케 하는 정직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정직하기에 손해볼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정직을 외치고 정직한 삶을 의지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 한다.
예수님의 삶이 당대의 기층세력을 불편케 했던 것처럼 정직한 삶은 자칫 기득권층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의 대가를 치르는 불편과 고통을 감수할 때 미래의 신뢰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 종 천
(횃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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