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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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365회. 남미편 20. Gaucho와 Tengo의 나라
아르헨티나 13. 아르헨티나의 추락 2

이런 자신의 추락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헨티나의 겉모습은 아직도 천연하고 아름답다.
아르헨티나가 가지고 있는 빼어난 자태와 풍부한 자원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오른쪽으로는 대서양을 끼고 있고, 왼쪽으로는 남미 영토의 5분의1이나 차지하고 6,000m 이상의 고봉을 20개 이상이나 가지고 있으며 길이가 6,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안데스 산맥을 품고 있으며, 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폭포인 이과수 폭포를 브라질과 공유하고, 씨만 뿌려놓으면 저절로 자란다는 노다지 땅인 대평원 팜파스, 거기다 파타고니아 사막과 남극의 만년설과 빙하까지. 참으로 할 말이 없을 만큼 복 받았다.
이런 조건을 가지고도 IMF 앞에 쩔쩔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힌 쿠바의 카스트로가 “국민 수 1.5배에 달하는 5,000만 두의 가축과 비료를 전혀 쓸 필요가 없는 기름진 팜파스, 6,000만t의 옥수수와 곡식을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거지가 될 수 있느냐? 아르헨티나는 1억 이상 먹여 살릴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국에 빌붙어 살고 있다”라고 드러내 놓고 비난을 퍼부어 파문을 일으켰으나, 잘 보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이 모든 것이 그 멍청한 뻬론의 포풀리즘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후로도 거의 20년간 툭하면 쿠데타인 데다가 끝간데 없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게다가 높은 임금과 거센 발언권을 가진 노조, 그들의 발언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주의 노동법, 단 맛에만 길들여져 받는 데에만 익숙해진 국민들 이 모든 이들이 공범이며, 아르헨티나 망국극의 조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면 안될 것이다.
이제 국가파산 선고를 받은 아르헨티나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급한 대로 IMF 자금 400억 달러를 들여다 경제를 땜질했으나 결국 비싼 외채를 얻어다 비싼 외채 이자를 갚는 악순환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벌써 외채가 1,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1, 2위의 빚을 진 나라로 주저앉고 말았으며, 1974년에 1만달러였던 국민소득(우리는 그보다 20년 뒤인 1995년에 1만달러의 국민소득국이 되었다) 이 30년 뒤인 2004년에 3,700달러, 즉 3분의1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 나라는 똑같은 30년 사이에 소득이 100배로 늘어났다. 현재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000만명이며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500만에 달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문 채 직업소개소 앞에 늘어서 있는 것이 암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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