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빨리, 빨리!”

2005-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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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주재 중국 외교관이 임지를 떠나면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글의 요점은 그가 한국에 근무하는 동안 “빨리, 빨리”라는 단어와 행동에 익숙하여, 한국 사람이 된 느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썼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는 한국에 살면서 왠지 별로 좋은 것을 배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바쁜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하루 종일 바쁘다면 그건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곳에는 거의 예외없이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유행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수 년 전에 필자가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에 어느 기념 교회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에 있던 아랍계 장사꾼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한국 사람! 빨리, 빨리!” 여행객과 안내자들이 그 말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아주 외워버린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국제공용어가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실생활 속에도 “빨리, 빨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닫힘 단추를 꼭 누르는 것, 그걸 안 눌러도 엘리베이터 문은 자동적으로 닫히게 되어 있는데 그것을 기다리지 못합니다. 도심의 건널목에서 건널목 단추를 여러 번 꾹꾹 누르는 것,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누르고 또 누르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누르는 횟수만큼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켓이나 은행 등 줄을 서야하는 곳에서 새치기하는 것, 길을 걸을 때나 건널 때 뛰는 것,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꼭 바빠서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식당에서 식사할 때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반찬을 다 먹는 것이나, 대화도 없이 음식을 부리나케 먹어 치우는 것, 그래서 중국 음식점에서는 식사를 금방 마치고 나가는 한국인 손님이 반갑다고 합니다.
자동차를 급하게 운전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습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광할 때 어느 곳에 가든지 ‘눈도장’(!)을 찍거나 사진을 찍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 버스나 전철을 타고 내릴 때에 서두르는 것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행동하고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반면에 어느 경우에는 너무 느립니다. 예를 들어서 시간 약속을 해놓고 늦게 나타나는 것, 그리고 교통 체증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용서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남의 돈을 빌리고 갚기를 늦추는 것, 교회 예배시간에 늦게 나오는 것 등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고쳐야 합니다.
“급할수록 천천히”라는 말을 되씹어 봅니다. 서둔다고 반드시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한국 음식 중에 밥은 서양 음식과 달리 솥에서 ‘뜸이 들어야’ 밥맛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버섯은 며칠 사이에 불쑥 자라지만 전나무는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신앙 성장도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어느 부흥회에 가서 “불을 받아 온다”(?)고 해서 갑자기 거룩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의 인내와 끈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젠 너무 바쁘게만 지내지 않도록 하십시오. 아버지는 가족과 자녀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십시오. 인격과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 끈기 있게 매진하는 여름이 되십시오.


박 광 철 목사
(죠이휄로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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