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리마다 자연 향이 살아 ‘꿈틀’

2005-08-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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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가이드 / 리전트 베벌리 윌셔
‘블러버드(The Blvd)’

리전트 베벌리 윌셔(The Regent Beverly Wilshire) 앞을 지날 때면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속옷이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천진난만한 건지 뻔뻔스러운 건지 판단이 안 서게, 큰 입을 귀밑까지 올려가며 웃어 제쳤던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낚은 대어, 극중 사업가 리처드 기어의 재력을 은행 어카운트 하나 열어 보이지 않고도 설명해 주는 것은 그가 묶던 리전트 베벌리 윌셔의 스윗 룸이었다.
리젠트 베벌리 윌셔가 LA 인근의 가장 고급스럽고 유명한 호텔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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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모토 오이스터와 튜나 타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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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익힌 아히 튜나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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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를 곁들인 허슨 밸리 프와 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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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갈릭 크림 해물 링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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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트러플 리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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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구와 조개, 홍합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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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요리.


포시즌즈 호텔 셰프 영입 창조적이고 이국적인 맛 물씬
1,000병이 넘는 나파 밸리·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 가득


리전트 베벌리 윌셔 내 레스토랑 블러버드(The Blvd)가 최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호박색과 초컬릿, 골드를 기본으로 꾸민 실내는 중후하면서도 우아하고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대형 미러와 샹들리에와 더불어 다이닝룸의 무게를 더하는 것은 12피트 높이의 와인 셀러. 1,000병이 넘는 나파 밸리와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중 오전, 블러버드에서는 오렌지주스와 크롸쌍으로 한가로운 아침을 즐기는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주말 오후 늦도록 위크엔드 브런치를 향유하는 앤젤리노들의 여유 있는 모습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같은 건강함이 넘쳐난다.
런치 때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증권 회사의 간부들이 멋진 수트를 입고 파워 런치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며 디너 때는 비즈니스 디너 고객은 물론, 촛불 아래 로맨틱한 디너를 즐기려는 연인들의 모습까지 더해진다.
윌셔가의 야외 좌석은 로데오 드라이브의 티파니 매장과 스페인 광장을 바로 눈앞에 들여놓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교통 체증에 쫓기며 핸들을 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도시 야경은 마치 여행지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최근 블러버드는 포시즌즈 호텔의 셰프였던 코니 앤더슨(Conny Andersson)을 새롭게 영입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인도, 몰디브 공화국, 발리, 서인도 제도의 네비스 섬을 넘나들었던 코니 앤더슨. 그는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새롭고 창조적인 요리 아이디어를 기억의 창고 속에 차례차례 쌓아갔다. 특히 발리의 리조트에서 3년간 머물며 맛본 이국적인 음식들은 그의 요리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풍부한 자연 향이 살아 숨쉬게 하는 요리는 조금 기교를 부리고 싶어질 때마다 다시 한 번 그가 되새기는 요리의 원칙이다.
가장 에로틱한 음식인 신선한 쿠마모토 오이스터와 매운 맛이 식욕을 돋우는 튜나 타르타르(Kumamoto Oysters & Spicy Tuna Tartar)는 우리 안의 관능을 서서히 일깨우며 본격적인 만찬을 준비시킨다. 본래 과일 향이 잘 어울리는 프와 그라(Seared Hudson Valley Foi Gras)에는 향기 가득한 복숭아를 곁들인 점이 특이하다.
이태리 전문 식당이 아니지만 몇 가지 안 돼는 파스타는 코니 앤더슨이 있던 포시즌즈의 레스토랑만큼 맛이 있다. 레몬 갈릭 크림 해물 링귀니(Linguine of the Sea)에는 홍합과 왕새우, 조갯살 등 바다 냄새 가득한 해물을 풍성하게 넣었고 서머 트러플 리조또(Summer Truffle Risotto)에는 그 귀한 트러플을 넉넉히 썰어 얹었다. 은대구 요리(Roasted Black Cod)에는 조개와 홍합을 더해 국물을 낙낙하게 부었으며 거위 요리(Duck Breast)는 위에 더한 프와 그라 테린이 품격을 더한다. 프라임 비프 필레(Prime Beef Filet)는 블루치즈 녹인 소스와 야들야들한 육질의 조화가 훌륭하다.
다크 초컬릿 몰튼 케이크(Araguani Dark Chocolate Molten Cake) 등 보기에도 아름답고 달콤한 디저트에 헝가리 토카이 한 잔을 곁들이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또 있을까 싶다. 이래저래 엥겔 지수가 또 한 번 높아진 밤이었다.


Tips

▲종류: 모던 아메리칸, 퓨전. ▲오픈 시간: 오전 6시30분-오후 11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 11시30분-오후 5시까지 위크엔드 브런치. ▲가격: 아침은 6-25달러, 런치 전채는 13-19달러, 메인 디시는 18-32달러, 디너 전채는 13-21달러, 메인 디시는 19-39달러. 주말 브런치는 12-32달러. ▲주차: 밸리데이션을 받으면 4시간 동안 5달러. ▲주소: 9500 Wilshire Blvd. Beverly Hills, CA 90212. 한인타운에서 Wilshir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El Camino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발레 파킹 입구가 나타난다. ▲전화: (310)275-520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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