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싸움과 타임아웃

2005-07-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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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을 대판하고 난 후 생각해보면 시작은 사소한 일 때문이었던 경우가 많다.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다. 사소한 일로 왜 큰 싸움을 하게 되는가? 감정 때문이다. 어떤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하다보면 감정이 격앙되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일단 화가 나기 시작하면 이성은 마비가 된다. 모든 정신 에너지가 감정 쪽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분노는 분노를 낳고, 이제 부부 둘 다 이성을 잃고 서로의 복받치는 감정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후회할 말들을 하며 서로에게 상처 입힌다.
왜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진작 멈추지 못할까? 분노의 감정은 일단 발동이 걸리면 비탈길로 치닫는 눈덩이 같아서 점점 커지면 멈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운동 경기에 타임아웃이라는 규칙이 있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타임아웃을 잘 써야 한다. 그런데 부부 싸움은 둘다 이겨야하는 게임이다. 혼자 만의 승리는 둘다의 패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싸움에서의 타임아웃은 더욱 중요하다. 싸움이 대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둘다 이기는 윈-윈 상황(Win-Win situation)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타임아웃을 활용해야 하나?
먼저 부부싸움을 확대시키는 것은 분노의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언제 걷잡을 수 없게 되는지 그 경계선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로, 목소리 톤이 올라가거나 떨리기 시작할 때 혹은 맥박이 빨라지거나 열이 확 오르는 느낌 등은 빨간 깃발인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빨간 깃발의 선을 넘으면 컨트롤이 불가능해지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껴야 하는데 그 때가 바로 타임아웃을 불러야 할 때이다.
하지만 타임아웃 할 때 중요한 사실 하나. 타임아웃은 일방적으로 무조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한 사람이 말없이 떠나버리면 남아있는 사람은 무시당한 느낌을 가지고 상대방이 돌아오기를 벼르며 분노를 고조시키게 된다. 때문에 타임아웃을 할 때에는 언제, 얼마동안, 어디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올 것인가를 알려주어야 한다.
예로, 자신의 감정의 빨간 깃발이 올라갈 때 “나 타임아웃을 좀 해야겠어, 잠시 한시간 운전하고, 혹은 공원에 나가 한 시간 걷고 들어와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라고 말하고 그 상황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타임아웃의 목적은 자칫 격렬해질 수 있는 분노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있다. 간혹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이미 감정이 격렬해졌을 때는 타임아웃 하겠다고 말하기도 힘든 때가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배우자와 협의해 놓아야 한다. “내가 화가 너무 나서 타임아웃을 해야 할 때는 손으로 사인을 보내고 한두시간 나갔다 돌아올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타임아웃을 잘 활용하여 사소한 문제가 큰 부부싸움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자.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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