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7-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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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가

Beth 선생님이 온 후로 승욱이는 평정을 찾았다. 밥도 잘먹고, 잘 놀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표정이 밝아졌다. 아침에 도착해서부터 오후에 내가 갈 때까지는 Beth 선생님이 언제나 함께 있어주니 나도 안심이 된다. 아, 너무 다행이다.
야외수영장으로 야외학습을 가는 날이다. 여러가지 준비물을 챙겨서 아침에 승욱이 학교로 갔다. 대형 스쿨버스에 모두 타고 출발을 한다. Beth 선생님은 승욱이의 베낭을 어깨에 메고, 승욱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챙긴다. 엄마인 나보다 꼼꼼하다. 그리고 나보다 승욱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나! 엄마 맞아?’
차가 출발을 한다. 승욱이는 창가 옆 의자에 서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깡총깡총 뛴다. ‘저리 좋을까?’
일년중에 최고로 더운 날이 아마도 오늘인 것 같다. 거의 살인적인 날씨다. 해 아래 10분만 서있어도 옷이 다 타들어갈 것만 같다. 진짜 덥다. ‘승욱이 주스도 넉넉히 안 가지고 갔는데 걱정이네…’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스쿨버스가 도착을 했다. 스쿨버스가 학교 입구에 서니 기다리던 엄마들이 다 스쿨버스 가까이로 가서 자기애들을 기다린다. 나도 가까이 가서 승욱이가 내리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거의 다 내릴 때쯤 Beth 선생님이 잠든 승욱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온다. 승욱이를 안고 여전히 승욱이의 베낭을 메고…
아, 우리 친정엄마보다도 더 나이가 드신 분이 저 무거운 아이를 안고 거기다 베낭까지 메고… Beth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더위에 지쳐 빨갛다 못해 완전히 익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내가 얼른 가서 승욱이를 받아 안았다. 내가 승욱이를 받아 안으니 Beth 선생님은 얼른 차 뒤쪽으로 가서 승욱이 유모차를 꺼내온다. 그리고 거기 앉히라고 유모차를 펴준다. 자신도 너무 힘들텐데 끝까지 승욱이를 위하는 마음이 내 마음을 찡하게 했다.
내가 너무 수고 많았다고 고맙다고 계속 자리를 못 뜨고 있으니 Beth 선생님이 그런다. 여전히 화통한 목소리로 “오늘 승욱이가 얼마나 신나게 물놀이를 했는지 알아? 나도 정말 몇 십년만에 승욱이 때문에 아이처럼 물놀이를 했다구! 정말 신났었어! 난 내년에도 승욱이랑 여름캠프 할꺼야! 와우!”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이 난다. ‘어디선가 승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야… 정말 Beth 선생님은 짱가다.
어디 있다가 저리 나타나서는 엄청난 기운으로 승욱이를 봐주는지… 그리고 어디서 저런 정열이 그리고 열정이 샘솟는지…
하지만 Beth 선생님은 다음해에 여름캠프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화로 승욱이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받고 계시다. 그녀는 지금 오클라호마에서 살고 있다. 멋진 남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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