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보 몰라도 배우기 쉬운게 매력

2005-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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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주말나기

크로마하프 연주하는 김채숙 씨

구약성서에는 다윗이 수금을 타며 야훼를 찬양했다는 구절이 자주 반복된다. 그렇고 보면 다윗과 가장 가까이 동행했던 친구는 바로 이 수금이 아닐까. 고향생각이 나고 부모님이 그리울 때, 다윗은 가슴에 수금을 안고 현을 울리며 그 모든 어려움을 인내했을 터이다.
성서에 기록된 다윗의 수금은 가슴에 안고 연주하는 9줄의 현악기로 음색이 밝았다. 다윗의 수금이 오늘날 크로마 하프의 원형이었다고 짐작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그 수금은 유월절에, 야훼를 찬양할 때, 법궤를 메고 갈 때, 성전 봉헌식과 대관식에, 승전을 축하할 때, 종교적 행진과 결혼, 연회, 환송, 장례 때마다 연주됐다.
김채숙(50, 보험업)씨는 4년 전 크로마하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TV에서 김홍철 씨가 또로롱 크로마하프를 연주하며 요들송을 부르는 모습은 알게 모르게 그녀의 기억 세포에 자리잡았던 것 같다. 동생이 크로마하프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했을 때 선뜻 따라나선 건 아마도 그 기억 때문일 것이다.
교회 찬양 모임이나 그 외 단체 모임에서도 단 선율만 연주하는 다른 악기와는 달리 크로마하프는 하나만 갖고도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내니 오케스트라가 부럽지 않다.
별다른 음악 교육을 받은 적도 없지만 한 6개월 지나고 났더니 그녀의 실력은 웬만한 찬송가와 유행가 반주는 막힐 게 없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배우기가 아주 쉽다는 게 크로마하프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악보를 못 읽어도 상관없어요. 코드 하나만 누르면 화음이 나오기 때문에 음악 배경이 전혀 없으신 분들도 용기를 갖고 시작할 만하죠. 70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금방 배우시더라고요. 어릴 때 피아노라도 좀 배우셨다면 아마 2개월 안에 지금 저 정도 연주하실 수 있을 걸요.”
교회의 찬양 모임 인도는 물론, 자신이 속해 있는 모임, 한마음 독서회에서도 크로마하프를 들고 다니며 싱어롱을 이끌다보니 그녀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따른다. 크로마하프는 소중한 인연들을 엮어준 고마운 매개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레슨을 받으면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정도. 하지만 더 이상 레슨을 다니지 않으니까 자꾸만 배운 걸 잊어버리고 손도 굳어지더란다. 함께 크로마하프를 배우던 학생들은 이를 막기 위해 함께 모여 연습도 하고 연주도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크로마하프 동호회는 매달 첫째, 셋째 화요일, 풀러튼 모임방(6475 Knott Ave. #1, Buena Park, CA 90620)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연습과 연주를 하고 있다. 크로마하프 레슨이나 악기 구입, 모임에 대한 문의는 전화 (714)638-2741 김채숙씨에게 하면 된다.
크로마하프 레슨은 가디나 문화 센터 크로마하프 반, 가든그로브 그레이스 뮤직 등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악기 가격은 200-2,500달러. 레슨비는 한 달에 100-120달러 선.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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