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7-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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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가 꼭 들어야 하는 이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사이에 난 승욱이를 안고 나무벤치에 앉아 있다.
승욱이가 제법 많이 컸나보다. 안고 있으니 너무 묵직하다. 이리 큰 녀석을 아직까지 애기처럼 안고 있으니… 난 승욱이 귀에다 대고 계속 말을 해줬다.
“승욱아! 왜 승욱이가 꼭 들어야 하냐면 말이지, 첫째는, 하나님을 알아야 하고, 하나님을 말해야 하고, 하나님을 전해야 한단다. 그게 첫번째 이유란다.
지금은 엄마가 너에게 하나님에 대해 가르쳐도 넌 이해를 못하잖니, 그러기에 들어야 이해를 하고 그래야 말을 할 수 있단다. 우린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거든? 그걸 너가 알아야해.
둘째는, 넌 엄마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언제나 엄마의 살을 맞대고 있어야 하잖니, 엄마가 부엌에 물을 가지러 갈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넌 엄마가 너에게서 떨어지면 너무 무서워서 울지? 언제나 어두운 공간에 혼자 버려진 느낌일 거야.
하지만 듣기만 하면 엄마가 물을 가지러갈 때도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 엄마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너가 알테고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렵지 않겠지? 들을 수 있어서 주위에 누가 있는지 너가 알기만 하면 너가 얼마나 편할까, 그치?
셋째는,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단다. 너의 이름을 얼마나 사랑스럽게 불러들 주시는지 그걸 너가 꼭 들어줬음 좋겠어.
그리고 너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너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너가 네! 라고 대답하면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넷째는, 너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을 그저 음악의 선율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원음을 들려주고 싶단다. 멜로디로만 너가 들어서 음악이 얼마나 환상적인 소리를 내는지 넌 모르잖니. 모든 악기소리며, 합창소리며… 특히 찬양소리를 꼭 들려주고 싶단다.
찬양곡의 가사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너가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섯째는, 너가 듣기만 하면 엄마는 너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단다. 너무나 너에게 할 이야기가 엄마는 많아.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의 이야기… 너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분들의 이야기…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학교 이야기… 교회 이야기… 다 이야기 해주고 싶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듣고 말할 수 있으면 수화를 안 배워도 되잖아. 엄마는 수화를 배워도 불편한 것이 없지만 너가 세상을 살면서 앞으로 누구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너가 수화만 할 줄 알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한돼 있지 않을까, 엄만 그게 염려가 된단다.
승욱아. 넌 꼭 듣고 말할 수 있어. 엄마는 확신해. 우리 그날을 기다리자.
‘별빛 속에 빛나는 주님 바람결에 말씀하시네 하늘과 땅 다스리는 주 그 무엇일까…
주의 탄생 축하하리라 그의 백성 구원하려고 이 세상에 주님 오셨네 그 무엇일까…
주의 얼굴 대하기까지 주의 은혜 의심하였네 나를 보호하시는 주를 나 지금 알았네
내 곁에 계시면서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 나를 지켜주시는 주님 나의 곁에 계시는 주는 모든 것 되시네… 별빛 속에 빛나는 주님…’
밤하늘에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니 이 찬양이 생각이 난다.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신다고 신앙고백을 하고싶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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