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함

2005-07-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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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명함은 16세기에 독일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18세기말까지 웬만한 나라에서는 모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명함은 원래 방문자가 상대방이 부재중일 때 두고 오는 쪽지였습니다. 그래서 비지팅 카드(Visiting Card)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에 업무용으로 널리 활용이 되게 되면서 이름이 비즈니스 카드(Business Card)로 바뀌었습니다. 일부 층에서는 아직도 비지팅 카드라는 말을 씁니다.
명함을 한문으로는 名銜이라고 씁니다. 名자는 ‘이름 명’자이고 銜자는 ‘재갈 함’자인데 ‘벼슬자리’라는 뜻입니다. 즉, 명함이란 어의상 ‘이름과 그 사람의 신분’을 적은 쪽지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함을 네임카드(Name Card)라고 직역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된 번역입니다. 영어권에서는 통하지 않는 낱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명함은 업무와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이름과 직함 등을 알리는 수단으로서 ‘미니 이력서’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한 장의 조그마한 종이 쪽지에 불과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다루는 매너에도 그만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표준 사이즈는 가로 3.5인치 세로 2인치입니다. 좀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이 사이즈보다 약간 크게 만들어 갖고 다니는 이들이 있는데, 받은 사람에게는 주체스러운 존재가 되기 쉬우니 만치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명함에는 Mr., Mrs., Ms. 등 사회적 호칭과 Dr. 등 학위를 기재하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변호사라든가, 의사 등 전문직은 Attorney at Law라든가, MD 등 직분을 기재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명함을 줄 때는 상대방이 적힌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서 넘겨야 합니다. 뒤집어진 상태라던가 반대 방향으로 넘기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는 순서는 (1)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2) 직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3)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먼저 (4) 모르는 사람이 서로 인사할 때는 서로 같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용건이 있어서 상대방을 방문할 경우는 물론 방문을 한 사람이 먼저 명함을 제시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상식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집무중에 명함을 건네야 할 경우는 일어서서 건네는 것이 예의입니다. 명함을 건넬 때는 가능한 한 본인이 작은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대면서 건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명함을 받았으면 반드시 자기 명함을 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혹시 줄 명함이 없다든가 안 가지고 있으면 그 이유를 겸손하게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명함을 받으면 일단 준 사람 앞에서 그 명함을 자세히 훑어보도록 하여야 합니다. 받자마자 내용은 보지도 않고 대충 호주머니에 넣는 것은 실례입니다.
받은 명함을 명함철에 잘 보관하는 것은 준 사람에 대한 예의일 뿐 아니라 앞날의 참고 정보로서도 중요합니다.
남의 명함을 받아 가지고 그 명함 뒷면에 본인 앞에서 노트를 하는 것은 실례가 됩니다. 혹시 그럴 수밖에 없을 경우는 본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명함은 가능한 한 명함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명함 지갑이 없을 때는 셔츠의 가슴 포켓이나 저고리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도록 합니다. 바지의 뒷 주머니나 저고리 옆 주머니 같은 데서 불쑥 꺼내서 남에게 넘기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거칠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더러워진 명함이나 꾸겨진 명함은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숫제 “마침 명함이 떨어져서 미안합니다”라고 하면서 사절을 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식탁에서는 명함 교환을 삼가야 합니다. 혹시 상대방이 요구하면 정중한 태도로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하면서 건네도록 합니다. 사교 석상에서는 명함 교환을 하지 않는 것이 매너입니다. 꼭 필요하다면 역시 조용히 정중하게 건네도록 해야 합니다.

전유경 <‘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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