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대병’ ★★★½

2005-07-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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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pical Malady)

게이 두청년 현실과 환상의 2부작 러브스토리

어두운 심장의 박동이 불안한 리듬을 두드리는 듯한 매우 독특한 태국 영화다.
공존하는 2개의 다른 세상을 변신하는 두 주인공을 매체로 연결시켰는데 현실적인 게이 영화이자 전설과도 같은 신비감을 갖춘 환상적 드라마의 2부작 형태의 작품이다.
전반부는 현실세계를 무대로 한 사실주의 영화요, 후반부는 정글을 무대로 한 초현실적이요 환상적인 작품이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영화이지만 받아들일 용의만 있다면 독특한 구성과 심오한 내용에 결국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군인 켕과 시골청년 통은 연인 사이. 둘은 별 대화 없이 사랑하는데 특히 통은 늘 미소를 지으며 켕을 바라본다.
이 둘의 얘기는 정감 있는 아름다운 도시 주변의 시골마을에서 서술된다. 둘은 자연처럼 서로를 순수하고 단순하게 사랑하며 행복에 젖는데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다.
둘이 사는 시골에 정체불명의 야수가 나타나 소들을 살육하면서 마을의 평화에 혼란이 온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전설 속의 방황하는 호랑이의 몸 속에 사는 무당이 나타났다고 믿는다.
얘기는 여기서 돌연 정글로 무대를 옮기는데 켕이 밤의 정글 속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서면서 신화와 사실이 합류한다.
자연의 혼이 인간의 육체와 결합하면서 통은 나체의 인간이자 호랑이로 변신한다. 이를 쫓는 켕은 연인을 못 잊어 숲을 헤매는 사람이 된다.
최면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영화로 전반부의 켕과 통이 후반부의 켕과 통과 동일한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관객의 마음이 결정할 일이다.
어둠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유유자적한 탐구로 물 흐르듯 흐르는 카메라가 보는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화면 속으로 유혹한다. 취하게 만들면서도 질식할 듯한 열대병과도 같은 사랑에 관한 탐구로 사운드도 인상적이고 두 배우들도 자연스런 연기를 한다. 아피차트퐁 위라세타군 감독.
성인용. 2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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