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암벽타기로 인생도 배웠지요

2005-07-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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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타기로 인생도 배웠지요

이한국군이 졸업등반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크레스타 밸리 하이스쿨 10학년 이한국군 등산학교 체험기

클라이밍을 통하여 배운 한가지

이번에 내가 배운 것은 암벽을 오르는 그 기술만이 아니었다. 난 여기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까지 배울 수가 있었다.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서 포기를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것에 대해 유영용 대표 강사님이 잘 느끼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그는 요세미티 등반을 항상 꿈꿔온 클라이머였다. 하지만 한가지 키가 작다는 약점을 가지고 등반을 해야만 했다.
키가 큰 미국 등반가들 위주로 된 등반 루트에서 그는 고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낚싯대를 이용한 기발한 발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던 생각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것인지 증명해 내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항상 마음속에 각인 시켜놓고 어떠한 역경에도 지지 않는 내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 강한 의지 앞에서는 절대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졸업 등반을 하는 날 모든 학생들은 전날 교육을 받았던 암장에 하이킹 길보다 두배나 길고 험한 길을 가야하는 유명한 Tahquitz Rock으로 올라가야 했다. 길은 정말로 험했다. 작은 돌들로 인해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불신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날 믿고 내가 쓰던 장비를 믿고 또 내 줄을 잡고 있는 내 동료를 믿는 일이 생각만큼 잘 되질 않았다. 많이 미끄러지고 추락한 후 자신감을 잃은 나에게 찾아온 것은 포기라는 단어였다. 하지만 강사님이 해준 이야기는 다시금 나에게 힘이 되었고 마지막 홀드를 잡는 순간 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내가 해낸 것이다. 등반을 마치고도 조금 걸어간 정상에 다다를 즈음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교육기간 내에 항상 챙겨 주시던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강사님들이 따뜻한 미소와 박수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바라본 넓게 펼쳐진 풍경들은 빌딩 숲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마치 내게 상이라도 주듯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니 감회가 깊었다. 성취감에서 오는 행복이라 믿으리라.
이번 카파등산학교는 훌륭한 등반가가 되는 법과 성공한 인생으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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