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 오픈하우스

2005-07-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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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음식은 무엇을 할 것인가? 풍선은 무슨 색깔로 할까? 오시는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표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순서는? 등등 선교회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었다.
지난 해 3월, 엄청난 사건을 당하면서 느꼈던 실망과 절망감은 사라지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눔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셨음을 분명히 깨닫게 하셨으며, 나눔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계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셨다.
사실, 나눔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몇 명 안 되는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였을 때, 쌀이 떨어져 형제들을 굶긴 적도 있었고, 물이 끊어지고, 전화가 끊긴 적도 있었다. 덩그러니 커다란 건물만, 자리잡고 있었지, 그 안은 텅 빈 강정과도 같았었다.
그래도 형제들은 그 안에서도 변화해가고 있었고,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한다는 그 힘 하나로 버티며 지내왔었다. 그 희망이 결국 이루어지고, 나눔을 사랑하는 모두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질 않았다. 어떻게 보여질까? 우리 나눔선교회가 과연 많은 이들에게 앞으로도 투명하고, 건실한 봉사기관으로 하나님께 칭찬 받으며, 사람에게 인정받는 기관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나, 단체들이 초심과는 달리 세월이 흘러 자리가 잡힐수록 변질되어가고, 부패되어 가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지켜보았기에,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옳지 못한 길을 따르게 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18세 미만의 수용시설도 확보하지 못했고, 선교회 운영에 어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도움의 손길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선교회를 운영하여야 할까?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우리가 먼저 베풀고, 나누는 기관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지난해 3월 선교회를 위한 성금모금 때 다른 봉사기관에서 “한인 사회 도네이션 하는 분들이 뻔한데, 그 후원금이 나눔으로 다 들어가서, 우리 선교회에는 후원금이 반으로 확 줄었다”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참으로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다른 봉사단체도 한인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그 단체의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나눔 선교회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음에, 너무나 죄송스럽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의 나눔이 없었기에, 미안한 마음은 뒤로 접어두고, 앞으로 어떻게 다른 봉사단체들과 협력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로 했다. 비록 아직까지 물질적인 여유가 없어서 물질로는 도울 수 없을지라도 선교회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며, 이러한 협력을 통하여 한인 사회에 타 봉사기관들과 단결된 모습으로 더더욱 한인 사회를 위해서 열심을 다한다면, 바로 이것이 나눔을 위하여 도움을 주신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나눔은 우리라는 개념을 좀 더 포괄적이고 넓게, 깊이있게 사용하여 나눔 선교회가 단지 우리들의 선교회가 아닌, 한인 사회 전체의 선교회이며, 다른 봉사기관 또한 나눔 선교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감당하는 나눔 선교회의 또 다른 부분으로서 함께 사역한다는 동지의식을 갖고 한인사회를 향해 힘차고, 적극적인 봉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원한다.
열려있는 나눔의 마음이 한인사회 한 분 한 분의 가슴에 또 하나의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새롭게 탄생하는 나눔을 지켜보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영호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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