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복판 ‘술익는 마을’

2005-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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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 라운지 ‘루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약 10년전, 다운타운에 있었던 맥주 브루어리, 고르키를 기억한다. 러시아 작가 이름을 딴 브루어리 고르키가 문을 닫았을 때 소규모 브루어리의 개성 있는 맥주 맛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컸다. 19세기 후반, 대규모 양조 공장의 출현은 개성 없는 맥주들을 주류상품으로 떠오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운동은 효모가 살아 있는 맥주 본래의 신선함을 회복하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맥주 맛을 찾자는 것.


직접 발효 숙성시킨 각종 맥주 맛 일품
매주 목~일요일엔 라이브 재즈공연도

유럽에서는 동네마다 다른 맥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이크 로 브로어리가 보편적이다. 미국에서도 1960년대 이후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대규모 공장 맥주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인타운 한복판의 레스토랑 라운지 루나(Restaurant & Lounge Luna)는 LA 전역에 내놓아도 기죽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대형 브루어리. 로젠 라이트, 코리아타운 앨, 선라이즈 레드, 캘리포니아 위트 등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맥주는 직접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생생하게 숨을 쉰다. 시원스레 뚫린 드넓은 실내에 앉아 양조 시설을 바라보고 있으면 술 익는 마을에라도 온 듯 취기가 오른다.
웬만한 극장보다 넓은 무대에서는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7시30분~10시30분 사이,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귀로 마시는 술 재즈는 술을 마셔도 힘들기만 하던 생활의 끈을 놓아버릴 수 있게 만든다.
달과 별과 하늘을 한가득 들여놓은 루나의 패티오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아주 오래 전 잃어버렸던 감성들이 되살아난다.
칸 해변 리조트의 방갈로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며진 좌석에 앉아 달빛과 촛불에 비친 연인의 영롱한 눈동자를 응시할 때, 아무리 낭만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가슴이 촉촉하게 젖어 옴을 느낄 것이다. 패티오 한 가운데 수련을 둥둥 띄어놓은 수상정원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깊은 평화를 선사한다. 꽃과 풀로 꾸며진 연못은 인공이란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국적 불명의 루나 푸전 안주는 음식 제법 먹어본 입에도 맛있다. 스노 새우, 해물 단 호박 치즈와 같은 안주는 누군가의 창작품인지 두 손가락 쳐들고 칭찬을 해주고 싶은 메뉴. 양주 한 병을 주문할 경우 안주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은 한인타운 내의 다른 바(bar)들과 마찬가지다.
주소: 400 S. Western Ave. Los Angeles, CA 90020. Western과 4가 코너. 전화: (213) 388-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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