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7-02 (토)
크게 작게
승욱이가 졸업하던 날

승욱이가 3년간 다니던 프리스쿨을 드디어 졸업한단다. 트리샤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해 달라는 편지를 며칠째 들고 다니고 있었다. 프리스쿨 졸업하는 것이 뭐 대수냐고 마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 하나 딸랑 들고 혼자서 쭐래쭐래 승욱이 학교로 갔다. 그것도 다른 행사 때보다 약간 늦게…
학교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려는데 자리가 없다. 초여름의 날씨라 다소 덥게 느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벌써 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조심스럽게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승욱이가 졸업생 의자에 앉아있다. 여전히 옆에서는 트리샤 선생님이 수화로 지금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꽤 많은 부모님이 와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대충 의자에 앉았다. 날씨는 더웠지만 키 높은 나무에 많은 가지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아주 좋은 날씨 속에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학교로 가는 아이들도 있고, 특수학교로 가는 아이들도 있다.
승욱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트리샤 선생님의 손짓에 마냥 싱글벙글이다. 졸업하는 것을 아는지… 드디어 승욱이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난 우선 카메라를 들고 우리 아들을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으려 서 있었다. 트리샤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승욱이의 이름을 부르고 이 학교에 유치원으로 진급이 된다고 소개를 했다. 그리고 곧 귀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 나갔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미국 부모님들의 탄성이 들려온다. 그리고 한명, 두명 박수를 쳐준다. 한명, 두명, 다섯명, 열명, 스무명… 우레와 같은 진심 어린 격려의 박수가 들려온다. 너무 생각지 않은 일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되는지 몰라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옆에 아는 미국 엄마들이 너무 잘된 일이라며 다들 기뻐해 준다.
그리고, 승욱이 학교에서도 처음으로 유치원이 생겨서 승욱이가 그 학교 1기 유치원생이 되는 거라고 트리샤가 말했다. 난 적지 않게 놀랐다. 승욱이 교실에는 4명의 아이가 앞으로 유치원 과정을 배운다고 했다.
큰아이 프리스쿨 졸업할 땐 사실 마음이 이러하지는 않았다. 승욱이는 그냥 이 학교에서 7세까지 다니다가 집 근처의 일반 학교로 가는 줄 알았지 유치원 과정까지 학교에서 만들어서 그 학교에 머물게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그리고 정규 유치원 과정을 승욱이가 자기 나이에(5세) 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일반 아이들이 5세에 가는 유치원을 승욱이도 간다니…
갑자기 마음에 감격과 감동이 밀려온다. 아무 것도 못하는 승욱이인 줄 알았는데 언제 저리 커서 유치원을 간다고 저기 서 있나… 하고 생각하니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시야가 너무 흐려서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언제나 날 감동시키는 승욱이가 저기 앞에 자주색 졸업복을 입고 사각모를 쓰고 웃으며 서있다. 몇 달 후면 유치원생이 되는 승욱이가 오늘 너무 자랑스럽다.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한 장애 아이의 인간 승리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