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성 장애자

2005-07-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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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인간의 사회성 중 감정과 도덕성은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동물과는 달리 우리를 고등수준이 되게 한다. 그런데 이 사회성에 병이 들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소시오 패스(Sociopath), 사회성 병(장애)자이다. 소시오 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애착하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과 윤리의식이 부재한 양심 없는 행동을 아무런 감정의 흔들림 없이 예사로 하는 얼음 인간과 같다.
소시오 패스는 인간관계가 피상적이고, 과장적이고 간교하다. 감정이 얕고, 잘못한 일에 대한 뉘우침이 없다. 충동적이고 책임감이 없으며, 겁이 없고,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고 목적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외도하다 임신한 아내를 죽이고도 태연하게 행동하던 스캇 피터슨이나 여아를 유괴강간 살인한 데이빗 웨스트필드 같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소시오 패스는 연쇄 살인범이나 강도/강간범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 임상 심리학자 스타우트에 따르면 미국인 25명중 1명은 양심에 별 죄책감 없이 비밀스럽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소시오 패스, 사회성 장애자이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우리의 어떤 한 이웃이나 직장의 동료도 소시오 패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스타웃트가 예로 설명하는 소시오 패스는 차밍하고 명석하고 핸섬하며 카리스마가 있어서 여성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천부적인 사교술과 협상기술이 있어서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까지 오른다. 현숙한 아내와 두 딸을 가진 패밀리 맨의 이미지도 손색없다. 엔론 스캔들이나 월드 닷컴에서 보듯 돈과 힘에 대한 야망에 차 있고 뛰어난 지적능력으로 사기와 위조 등을 밥먹듯이 하며 수백, 수천억의 돈을 횡령하는 소시오 패스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많은 소시오 패스들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범죄들(사기, 공갈, 위조 등)을 하며 그들의 성공의 가도를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다.
미국립 정신건강원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보면 20년 전에 비해 반사회 성격장애증(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이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배 이상 늘어났다. 학자들은 미국사회의 개인주의적 가치가 ‘나-먼저’(me-first)의 태도를 허용하여 왔고, 이 이기적인 태도와 행동은 개인의 통제능력과 성취능력으로 위장되어 더 부추겨져왔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을 교묘히 조정하며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소시오 패스들을 다량 만들어 내게된 것이다.
개인의 행복 추구, 성공과 물질주의를 우선 순위에 두는 사회는 결국 스스로 쳐놓은 덧에 걸려 많은 반사회 성격장애자들을 만들어내고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위협 받게된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하여 함께 공존하는 삶이 진정한 나의 번영을 의미함을 깨우쳐야 하겠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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