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테리어 디자이너줄리 이씨

2005-07-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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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줄리 이씨

올해 미건축가협회 LA지부가 실시한 레스토랑 디자인상 후보에 오른 불 베이커리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 이씨.

‘이야기를 갖는 공간’ 만들고파

첫 LA레스토랑 디자인상 후보되기도

“공간도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레스토랑은 음식을 담아내는 공간이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분위기를 파는 공간이기도 하죠. 한인타운에도 ‘디자인 명소’로 불릴 만한 레스토랑과 카페, 스파 등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상업공간전문 건축회사 랠프 젠틸리(Ralph Gentile Architects)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 이(26)씨는 요즘 LA건축업계가 주목하는 신예 디자이너다. 지난해 12월 오픈과 동시에 LA타임스로부터 조명을 받은 ‘불 베이커리’(Boule Bakery)의 실내장식을 담당한 이씨는 최근 미건축가협회 LA지부(AIA·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LA)가 실시한 제1회 LA레스토랑 디자인상의 후보에 올랐다. 비록 LA다운타운의 파티나 레스토랑에 밀려 수상의 기회는 놓쳤지만,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세계 건축의 중심에 있는 AIA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이씨는 인테리어 디자인업계에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첫 LA레스토랑 디자인상 후보되기도

“LA매거진이 선정한 2003년 베스트 패스트리 셰프인 미셸 마이어가 자신의 베이커리를 열고 싶다며 꺼낸 첫 마디가 ‘보석상 같은 제과점’이었다”는 이씨는 “패스트리 셰프가 정성스레 만든 초컬릿이며 패스트리를 보석 다루듯 귀중히 여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인테리어에 그대로 담았다”고 디자인 컨셉을 설명한다. 실내가 온통 톤을 낮춘 민트 컬러로 칠해져 있는 불 베이커리는 유리 진열장에 숨어 있는 초컬릿과 패스트리 하나 하나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앞서 ‘갖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만드는 공간이다.
이씨가 몸담고 있는 랠프 젠틸리 건축회사는 말리부의 노부 레스토랑, 샌디에고의 팔라 카지노, 라스베가스와 플로리다 탬파의 하드락 호텔 등 인테리어가 유난히 돋보이는 상업공간들을 건축 디자인한 회사이다. 랠프 젠틸리 사장의 가르침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이씨는 겸손해하지만, 컨셉 결정에서부터 모형 디자인, 가구와 장비(FF&E) 선택, 미팅과 프리젠테이션 주관까지 상당부분을 이씨 혼자서 진행했다.
또, 베이커리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이씨는 웨스트 할리웃의 4,000sq.F.에 달하는 레스토랑 ‘부다스 벨리’의 건축 프로젝트를 맡았고, 웨스트우드의 W호텔에 건축중인 블리스 스파와 라스베가스의 파노라마 타워스의 건축디자인에도 관여했다.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 너무나 좋아 매번 도전의식이 생긴다”는 이씨는 열린 사고와 비전을 품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그 공간 자체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와 마찰이 생겨도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표현한다.
옥시덴탈 칼리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이씨는 교수의 권유로 이탈리아에 4개월 동안 연수를 떠나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는 곳마다 건물 사진 찍기 바빴다는 이씨는 졸업 후 UCLA 해머뮤지엄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UCLA 전문가과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신 인테리어 디자인의 추세가 모던함에 치우치고, 스스로도 현대미술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프로젝트만큼은 트렌드보다는 독특함을 중시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씨는 “기능과 구조, 아름다움의 조화를 기본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은 게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문의 (323)954-8291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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