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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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엄마들의 수다

변함없이 토요일에는 승욱이가 사랑의 교실에 간다. 여전히 사랑의 교실에서 막내인 승욱이는 모든 봉사자들에게 단연 인기짱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승욱이를 정말 잘 봐준다. 승욱이가 사랑의 교실에 가면 사랑을 듬뿍 받기에 언제나 표정이 밝다. 이종성 집사님 말씀대로 우리 승욱인 정말 ‘해피보이’다.
승욱이 수술이 결정이 되고 사랑의 교실 장애우 엄마들도 모두 기뻐한다. 일년을 넘게 사랑의 교실을 승욱이가 다니다보니 자연히 그 곳의 엄마들하고도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아이들을 선한청지기교회 안의 사랑의 교실에 맡겨두고 엄마들은 밖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들 소설책 한 권은 써야 할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온 엄마부터 미국 안에서도 좋은 시설과 양질의 교육을 찾아 이곳 캘리포니아까지 온 엄마까지 너무 다양한 엄마들을 만날 수 있다. 생김새와 나이와 성별과 장애의 정도는 다 다르지만 목적은 한가지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그렇다. 나도 역시 한국에서 왔지만 승욱이의 수술 때문이 아니었더라도 나 역시도 결국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엄마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또 다른 마음의 가벼움이 생긴다. 그건 아마도 장애우 엄마들만의 ‘공감대’ 때문이지 않나 싶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 공통된 이야기가 있으니 서로 배우고 정보를 나누고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를 정말 편하게 할 수 있으니 마음에 부담이 없다. 내가 ‘아’라고 말하면 다른 엄마들은 벌써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다 아니까…
엄마들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들 가슴 한켠에 말 못하는 아픔을 간직한 것 같다.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건 장애우 엄마가 아니면 절대 모를 일들이 많다. 가족들과의 갈등, 사람들의 시선, 육체적 정신적 피곤, 금전적 걱정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한다.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한번 못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맘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도 승욱이는 너무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 다들 승욱이 엄마인 나를 너무 부러워한다.
특히 승욱이가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더 부러워하는 것 같다.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니 수술해서 아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소망… 그것이 다른 장애우 엄마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장애우 엄마들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내가 더 은혜를 받고 오는 것 같다. 그래도 감사… 나도 장애아이의 엄마이지만 그래도 감사가 나의 입술에서 나온다. 함께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왜냐하면 여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니까…


이번 주부터 가정여성면에 새로운 칼럼 ‘승욱이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승욱군은 수술을 받기 위해 한 살반 때 미국에 왔으며 현재 6세로 샌타애나의 블라인드 칠드런 러닝센터의 킨더가튼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머니 김민아씨는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큰아들 승혁이(8)와 승욱이, 친정 부모님과 함께 다이아몬드바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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