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이야기 “적당히 고르니 마음이 편하네”

2005-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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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냉면을 끔찍이 좋아한다. 일년에 한번 정도 LA를 방문하는 남편 친구도 마찬가지다.
“나 여기 왔으니 냉면 먹으러 갑시다”로 인사를 끝내고 냉면집에 들어가면 세 번째 사리까지 해치우는 통에 일년 혹은 이년 후에도 음식점 주인이 알아본다고 한다.
그 많은 한국 음식 메뉴 중에서 언제나 냉면만을 고를 수 있는 건 축복이다.
그런데 물냉면을 시키고는 옆 사람의 회냉면에 눈이 가고, 회냉면을 주문하고는 물냉면 맛을 연상한다는 것은 웰빙의 거침돌이다.
식품점에 가면 3만 종류의 물건이 진열되어 있다. 치약만해도 40가지 종류가 있고 약방에 가서 진통제를 사려면 적어도 80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런 것들은 구입하여 써 버리면 그만이지만 자동차나 집 선택은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선택은 물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육, 직장, 배우자 선택,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 종교도 선택이 따른다. 선택은 근본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많은 선택의 여지가 우리를 어렵게 만든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좋은 것을 고르리라는 기대가 큰 것만큼 실망도 커진다.
좋은 결과만큼 나쁜 결정은 걱정, 스트레스, 불만이 뒤따라 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생활이 편리해지고 선택이 많아진 지금, 70년대에 비해서 ‘나는 참 행복하다’는 인구가 5% 줄었고 2000년도에 우울증 환자가 1900년도에 비해 10배가 늘었다.
그래서 동부 명문 대학의 슈바르츠(Schwartz) 사회학 교수는 선택할 때 다음의 단계를 거치라고 한다.
(1) 선택하려는 것이 자신이 정말 찾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남에게 보이려는 것인지를 구별하라.
그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의 목적이나 필요를 모른 채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일로 그칠 것이다.
(2) 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잡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찾아라. 원하는 것을 찾을 수도, 못 찾을 수도 또 바꿀 수도 있음을 미리 각오하라.
(3) 선택의 폭을 줄이면 줄일수록 후회가 적다. 두어 가지를 정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는 습관을 들이고 ‘제일 좋은 것 Best’보다는 ‘이만 하면 된다’(Good Enough)는 개념을 살리라.
(4) 고르는데 쓴 시간과 스트레스를 감안하여 더 좋은 것, 또는 새로 개발된 것에 눈을 돌리지 말고 이미 고른 것을 지켜라.
(5) 선택을 잘 했느냐 못했느냐는 보통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다른 장점과 제약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남과의 비교를 줄이라.
이상을 보면서 선택을 잘하고 못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 후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을 택해도 새 것에 대한 흥분감은 오래가지 않고 남의 떡이 커 보이게 마련이다.
기왕에 자신이 택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중히 여기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만족하는 연습과 훈련을 하면 자신이 고른 것 모두가 ‘제일 좋은 것’으로 바뀌는 웰빙의 삶이 될 것이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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