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화분을 나눠드립니다”

2005-06-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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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화분을 나눠드립니다”

거리의 교회 전예인 목사는 자신이 직접 기른 화분 100개를 나눠주는 행사를 갖는다.

‘아사모’ 25일 청운교회서 쑥·라일락·수선화·어성초 등 무료 배포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화분을 무료로 드려요.”
‘거리의 교회’ 전예인(65) 목사는 팜데일 근처 작은 도시 리틀락에 위치한 거리의 교회 농장에서 자신이 손수 길러온 화분을 나눠주는 특별한 행사를 갖는다.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하 아사모)은 25일 오전 11시 나성청운교회에서 선착순으로 화분 100개와 씨앗 50개를 나눠줄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한인타운에 꽃과 식물들을 심고 널리 나눔으로써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마련됐으며, 나성북부교회, 나성영락교회, 오렌지카운티 영락교회, 베이커스필드 사랑의교회 등 15개 교회를 비롯해 도르가선교회 등 3개 봉사단체와 개인기부자 6명이 후원한다.
이번에 기부될 화분으로는 작은 포도송이 모양의 정겹고 은은한 향기가 매력적인 라일락, 크기는 작아도 방안 가득 향기를 풍기는 로맨틱한 프레이저, 그리고 하늘하늘 여성스러운 수선화 등 시각적, 후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꽃들뿐만 아니라 성경에 등장하는 정결함을 상징하는 우슬초, 한약재로 항암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어성초 등 종교적으로도 의미 있고 건강에 유용한 식물들도 나눠질 예정이다.
또한 과거 흙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얼굴을 내밀어 어머니 혹은 할머니 손길을 거쳐 떡, 국, 찌개로 요리돼 상에 올려지던 쑥, 끼니 때우기 어려웠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던 돼지감자로도 불렸던 뚱딴지, 그리고 잎을 떼다가 딸, 며느리, 시어머니가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김치로 담아먹던 돌나물 등 나이든 1세들에게 친숙한 식물들 역시 포함돼 옛 향수를 맘껏 자극한다.
6.25 전쟁이 터졌을 당시 11살이었다는 전 목사는 “매년 여름이 되면 몸과 마음이 아프고 늘 허기졌던 그 시절에 쌀이 부족해 쑥과 밀가루를 섞은 밥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다 우연히 울 아래를 파다 튕겨져 나온 뚱딴지를 보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며 회고했다.
전 목사는 “지난 4여년동안 농장에서 직접 거름을 주며 정성을 다해 키운 생명들”이라고 밝히며 “작은 감동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해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년 3월 설립된 아사모는 지난 16년 동안 매일 아침 다운타운에서 홈리스 급식을 제공해온 전 목사가 봉사자들과 홈리스를 돕기 위해 작년에 설립한 봉사단체다.
문의 (213)926 1257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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