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심에 배인 ‘영국 숨결’ ‘캐나다의 샌프란시스코’

2005-06-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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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배인 ‘영국 숨결’ ‘캐나다의 샌프란시스코’

밴쿠버와 빅토리아 섬을 잇는 페리.

브리티시 컬럼비아 아름다운 도시 밴쿠버 & 빅토리아

밴쿠버와 인근 빅토리아를 처음 찾는 관광객들은 샌프란시스코를 연상한다. 항만을 드나드는 대형 선박과 저녁이면 찾아오는 물안개 그리고 골든 게이트 다리와 유사한 라이온 게이트 다리… 그래서 이곳을 캐나다의 샌프란시스코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밴쿠버를 방문하면 샌프란시스코와는 전혀 다른 낭만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고상한 브리티시 문화가 도시 곳곳에서 스며들어 있으며 최근 경제적 부상으로 도시가 성장하면서 싱그럽고 활기찬 분위기가 넘치는 곳이다. 2010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놓고 한국 강원도 평창과 접전 끝에 유치에 성공, 온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린 밴쿠버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서쪽 최남단 조지아(Georgia) 해협의 버라드만과 프레이저강의 삼각주 사이에 위치하며 인구 51만명으로 캐나다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다.
캐나다 관문이자 한국인이 비교적 많이 사는 관광지인 관계로 캐나다의 어느 도시보다 친근하게 와 닫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아름다운 도시 밴쿠버와 빅토리아를 돌아 봤다.


한인 많아 더 정겨운 붐타운 관광지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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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적 부상으로 도시가 성장하면서 싱그럽고 활기찬 분위기가 넘치는 밴쿠버.

현대식 건물·유적 어우러진 ‘원초적 자연’

밴쿠버는 캐나다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남쪽으로 미국의 워싱턴, 몬태나, 아이다호 주와 맞닿아 있다. 동쪽은 알버타, 북쪽은 노스웨스트 및 유콘, 알래스카 등에 둘러 싸여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최남단에 있는 밴쿠버는 주룩주룩 내리는 초여름비 속에서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생기나 넘쳐난다.
밴쿠버의 주요 관광지로는 먼저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가 유명하다. 소함대가 버랄드(Burrard)만에 닻을 내린 모습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하게 보이는 캐나다 플레이스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항만이다. 1986년 캐나다 만국박람회 때 만들어진 캐나다관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밴쿠버의 상징이 되었다. IMAX 영화관, 컨벤션센터, 팬 퍼시픽 호텔을 비롯하여 많은 식당이 있다. 밴쿠버에서 떠나는 알래스카행 크루즈들이 바로 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밴쿠버를 대표하는 스탠리 공원은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도시 가운데 있는 공원으로 규모가 엄청난데 인공이 아닌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령이 1,000년 이상된 거대한 나무들이 공원에 많았다. 북미 인디언들이 자연물이나 종족의 상징으로 숭배하던 원시신앙을 표현한 토템폴(장승)이 나무들과 함께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곳에 살던 네 부족의 것을 이 곳에 모아놓았다. 맨 가운데에 있는 것이 족장, 양옆이 그의 부인들 그리고 귀신과 대항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 등 모두 7개로 되어 있다.
어느 도시에 가도 있는 차이나타운. 밴쿠버 다운타운의 요지에 상당히 크게 자리잡고 있다. 홍콩 중국 정부 반환에 따른 수만명의 홍콩인들의 이주로 많은 홍콩 자금이 유입되어 지역 경제가 몹시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자금으로 부동산 가격도 엄청 뛰었다.
차이나타운은 지난 100여년간 중국인이 전통을 지키며 살아 온 곳이다. 대부분 19세기 골드러시 때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에서 북상하다가 정착한 사람과 캐나다 철도 공사 때 이주한 사람들이다. 한인들 입맛에 맞는 중국 식당들이 즐비하고 노천 상점에 진열된 야채와 음식들이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라이언스 게이트 다리는 프로스펙트 포인트 바로 옆에 위치한 길이 1,500여미터의 캐나다에서 제일 긴 현수교이다. 다운타운과 노스 밴쿠버를 이어주며 86년의 밴쿠버 엑스포부터 다리의 옆으로 밤마다 불을 밝혀 장관을 이룬다.
롭슨 거리는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이곳은 밴쿠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롭슨 거리와 하우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의 롭슨 스퀘어는 유명한 건축가 아서 에릭슨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주정부 사무실, 법원, 샤핑센터, 아트 갤러리가 모여 있는 복합 건물이다.
퀸 엘리자베스 공원은 밴쿠버 시내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스탠리 공원과 함께 밴쿠버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잔디와 꽃, 수목의 조경이 잘 이루어져 있고 시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어 전망대 역할도 겸한다.
개스타운은 1867년 잭 데이튼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이민하여 여인숙과 양조장을 경영하면서 마을을 발전시켜 나갔다. 사람들은 그의 말재주와 화교술에 ‘개시잭’(Gassy Jack)이라고 불렀는데 ‘Gassy’란 떠들썩한, 수다스러운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그가 운영을 하던 호텔이 유명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개시 타운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가 개스타운(Gass Town)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고 마을 중심부에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세계 유일의 증기시계인 개스타운 증기시계는 물을 끓여 스팀엔진을 작동시켜 움직이게 만든 커다란 구리 시계로 15분마다 차임벨이 울려 퍼진다.
밴쿠버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25분 거리의 노스 밴쿠버에 있는 그라우스산은 밴쿠버를 조망하기에 적합하며 3,300피트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와 레스토랑은 스카이라이더(Sky Rider)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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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함대가 닻을 내린 모습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하게 보이는 캐나다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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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게이트 다리와 유사한 라이언게이트 다리. 밴쿠버의 상징물 중 하나다.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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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정원으로 사시사철 상큼하고 아름다운 세계 각국의 꽃들이 방문객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빅토리아 섬의 부차트 가든.


정원의 도시… 4억2천만송이 꽃축제 장관

해마다 이맘때면 꽃 축제가 열리는 이 도시의 또 다른 이름은 ‘정원의 도시’(City of Garden)이다. 이 곳은 캐나다 최남단에 자리한 지리적 여건과 주변을 흐르는 난류의 영향으로 짧은 겨울을 제외한 거의 1년 내내 푸른 초목과 갖가지 원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일에 남다른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빅토리아 시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매우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이름하여 ‘꽃송이 세기 대회’.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손에는 계산기를 쥐고서 저마다 몸을 구부려 꽃송이 수를 세는 빅토리아 시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세어진 꽃송이 수는 전화로 집계되는데 최종적으로 집계된 꽃송이의 수를 발표하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꽃송이 세기’ 행사에서 집계된 꽃송이 수는 무려 4억2,000만송이!
정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 많은 빅토리아에서 뭐니뭐니해도 제일은 부차트 가든(www.butchartgardens.com).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문다는 빅토리아 관광의 대명사인 이 곳은 빅토리아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명소 중의 명소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영국과 관계를 맺어온 역사적 사실로 인해 빅토리아는 도시 전체에 영국 색채가 강하게 배어 있다. 19세기 석조 건물들과 갖가지 꽃바구니로 장식된 가로등이 늘어서 있는 좁다랗게 난 길을 걸으며 유럽풍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도 일품.
그밖에 빅토리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로는 빅토리아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행정의 중심지인 주의사당(Parliament Building)과, 유럽풍으로 우아하게 꾸며진 로비에서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로 유명한 엠프레스 호텔(Empress Hotel)을 꼽을 수 있다.
로얄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은 이 곳의 자연과 인간의 역사에 관한 자료를 풍부하게 전시하고 있다. 특히 ‘워크 트루’ 전시장은 개척 시대의 거리, 골드러시 시대의 물레방아, 밴쿠버 선장의 탐험선 ‘디스커버리’호의 갑판, 인디언의 가옥 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박물관 외부에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야생식물 정원 전시장으로 1, 2, 3층으로 나뉘어 있고 각층마다 휴식용 라운지가 있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은 거버먼트 및 더글라스 스트릿과 판도라 애비뉴, 휘 스가드 스트릿 일대인 센테니얼 스퀘어 등이다. 많은 빌딩이 1880년대에서 1890년대에 건축되어 아직도 이곳에 있다. 계속해서 휘가로 스트리트 쪽으로 내려가면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다.
선더버드 공원은 헤리티지 코트지역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공원이다. 토템폴과 인디언 조각품이 일품이다. 공원 옆의 하얀 건물은 1858년에 지어진 빅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의 하나인 헬름켄 하우스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섬 지역인 빅토리아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페리를 이용하는 것. 페리를 타고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세시간 반이면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페리에서부터 빅토리아의 관광은 시작되는데 조용한 해변을 가르는 페리 옆으로 수천개의 해송에 쌓인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한려수도를 연상케하는 아름다움과 바다가 주는 고요함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왕복 티켓 가격은 15달러선이며 자세한 페리 스케줄은 www.bcferries. bc.ca/schedules/mainland/index.html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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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푸른 초목과 갖가지 원색의 꽃들로 가득 장식되어 있는 빅토리아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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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인디언들이 자연물이나 종족의 상징으로 숭배하던 토템폴. 스탠리 공원에 있다.


밴쿠버 빅토리아 여행정보

캐나다 땅인 밴쿠버 일대를 여행할 때 미리 주의해야 할 사항과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를 소개한다.
◇항공
밴쿠버와 빅토리아는 LA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는 여행지이다. LA에서 밴쿠버나 시애틀로 떠나는 비행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왕복 항공권은 알래스카 에어라인 등을 통해 구입하면 270달러 선에서 살 수 있다.
◇세금환불
캐나다는 관광객들에게 연방정부 세금(GST)을 환불해 준다. 모든 관광비용에 환불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숙박비와 물건을 산 비용에 한해 적용되며, 휘발유나 음식 등에 붙는 세금은 환불해 주지 않는다. 환불을 실시하는 장소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몰려 있으며 자동차 여행자는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지만, 아쉽게도 공항에는 없기 때문에 비행기 여행자는 시간을 내서 국경까지 가야한다. 국경까지 가는 것이 어려운 비행기 여행자를 위해 우편으로도 환불신청을 받지만 어느 경우나 반드시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환불에 대한 안내서는 모텔이나 여행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다.
◇경찰과 안전
밴쿠버에서 재스퍼로 가는 5번 하이웨이 선상의 경찰은 나무나 신호판 뒤에 숨어 있다 카메라로 과속을 확인하고 길 한가운데로 뛰어나와 갑자기 차를 막는 경우가 있으니 자동차 여행객들은 조심하기 바란다. 캐나다는 총기 소지가 불법이라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지만 밴쿠버 같은 대도시의 다운타운이나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서는 조신하는 것이 좋다는 여행 안내소의 조언.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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