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은 많을수록 좋다

2005-06-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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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회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형제가 둘이면 무지 많은 것이고, 거의가 솔로나 한 명 정도 형제가 있다.
한집에 자녀들이 한두 명이다 보니,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며 대단히 위함을 받고 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 우리 어르신들은 보통 형제가 한집에 7-8명은 기준이었고, 많으면 10-13명도 있었었는데… 그 중에 누구 하나 중간에 없어지기도 하고, 먼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어도, 자식으로 인하여 애걸복걸하는 경우가 참 드물었던 것 같다. 아마도 너무 많았기에 여유가 있었을까?
나도 네 아이의 아버지이다. 글쎄, 남들은 내가 쭈루룩 새끼들을 데리고 나가면 멕시칸 가족 같다고 웃어댄다. 그러나 난 솔직히 능력이 된다면, 한 여섯 정도는 더 낳고 싶다.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낳고 보니까 그런 대로 자기들끼리 부딪기면서 자라게 되는 것 같다.
큰솥에다 김치찌개 하나만 끓여놓아도, 피 튀기게 바삐 수저, 저분 질을 해대며, 스팸이나, 돼지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켠다. 맛없어서 안 먹고, 먹기 싫다는 일은 우리 가정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일이다.
서로 싸우기도 무지하게 싸운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집 아이들이 동생을 건드릴라치면, 합세하여 으르렁거리며, 상대의 기를 죽여 버린다. 한 놈이 쬐끔 못났어도, 그리 신경을 쓰진 않는다. 다른 잘난 놈이 챙겨주곤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서 역할은 제대로 못하지만, 그럭저럭 커가고 있다.
사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부모가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된다고 그렇게 침을 튀겨가며 부르짖으면서 막상 내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시간한번 내어 함께 놀아주지도 못했고, 디즈니랜드 한번 가볼 수도 없었다. 선교회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언제나 내 마음에는 내 새끼만 내 새끼가 아니라 선교회 모든 아이들이 다 내 새끼들이었기에, 사실 내 아이들만 데리고 간다는 것이 왠지 선교회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곤 해서 애초부터 포기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런 아버지에게 투정한번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너무나 고맙기만 했는데, 어느 한 순간에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선교회 아이의 DMV 티켓은 함께 해결해주러 쫓아다니고, 학교며, 법정이며, 하다못해 물건 사는 것까지 함께 다녀주기도 했지만, 우리 집 아이들 학교는 몇 번을 가보았는가?
유달리 큰아이와 셋째가 말썽을 부리곤 하지만, 그것도 전후 이유도 건성으로 들으며, 무심하게 몇 번 윽박지르고는 피곤하다며 정신없이 잠에 빠져드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우리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하다.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쩌면 아이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엉키고, 바삐 뒹굴다보니, 아버지의 역할이 약간 빈 듯 해도 미처 신경이 쓰이지를 않았을지도 모른다. 혼자 달랑, 하나인 딸, 아들이 아니니, 외롭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무엇인가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형제들 사이에서 지키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했을 것이고, 행여 부부싸움이 일어났을 때에도 아이들은 형제들만의 아군을 조성하고 부모들의 형편없는 병정놀이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속으로 우리 넷씩이나 있는데... 설마 부모들이 함께 안 살수가 있겠어? 하는 자신감으로 말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이혼이 눈앞에 오락가락해도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식이 많으니, 한둘 있는 것 보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불편해도 좋은 점이 참 많다. 혹, 아직까지 가능성이 있는 부부가 있다면, 난 적극적으로 자녀는 날수 있는 한 아주 많이, 라고 권장하고 싶다.

한영호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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