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말을 책과 함께

2005-06-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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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요령 알고보니 쉽네

주목할 만한 베스트 셀러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나는 ‘봉’이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서 이렇게 후회하는 경험을 너무 자주하게 된다. 딸아이가 조른다고 별 필요없는 것 같은 물건을 사주고 나서, 기부금 모집인의 권유로 선뜻 기부금을 냈을 때, 신발을 사러 갔다가 옷을 한 보따리 사게 됐을 때 “왜 나는 이렇게 어리숙할까”라고 후회하는 것이다. 쉽게 설득당한다는 얘기다.
왜 나는 그렇게 쉽게 승낙해버리는 걸까? 다른 사람의 승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설득의 심리학’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딱딱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일반인들이 외면하기 쉬운 사회과학 분야의 이론서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난 1996년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제시한 6가지 설득의 법칙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아리조나 주립대 석좌교수가 설득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뿐만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하고 후회하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연구를 위해 방문판매 회사 사원으로 직접 일하기도 했으며 이 때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책의 곳곳에 담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설득의 법칙은 ▲주고받기의 심리에 기초하고 있는 상호성의 법칙 ▲심리적 일치성에 대한 압력을 이용하고 있는 일관성의 법칙 ▲다수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비슷하다는 조건 등에서 생기는 호감의 법칙 ▲맹목적인 복종에서 출발하는 권위의 법칙 ▲소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희귀성의 법칙 등이다.
이들 법칙은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사례를 통해 골라내 심오한 깨달음보다는 조그만 감탄사와 더불어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는 상호성의 법칙, 말이나 행동에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일관성의 법칙,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호감의 법칙 등 인간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또 여러 개의 큰 챕터 속에 짤막짤막한 부제목들이 달려있어 집중하기가 쉽고, 관심있는 부분부터 골라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 필요한 ‘창과 방패’를 제공한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설득당하지 않는 길도 보여주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자녀와의 대화에서, 종교 생활이나 조직 활동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설득의 법칙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탁월한 선택”이며 “감탄이 절로 나는 책”이란 표지의 카피가 과장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형열 <알라딘 US 대표>
(213)73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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