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운 여름 ‘카아~아’ 한잔 맥주 이야기

2005-06-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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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발효법·농도따라 맛 다양

드라이- 일본서 개발 단맛 적고 뒷맛 깨끗
아이스- 미국산 부드럽고 알콜함량 높아
사이더- 향이 가미된 사과술 샴페인과 흡사
한국산은 효모 사용 저온 발효한 라거 맥주

더운 여름날 목에 확 털어 넣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처럼 반가운 것도 없다. ‘맥주’하면 하이트나 OB밖에 몰랐던 시절부터 각국의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잊지 못하는 맥주의 맛은 퇴근길에 들이키는 가슴이 확 트이는 생맥주 한 잔 아닐까.
그러나, 맥주는 맛을 알면 알수록 그 다양하고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맥주를 아는 사람은 텁텁하고 톡 쏘는 알싸한 맛이 나는 에일(ale) 맥주를 찾고, 술보다는 술자리가 좋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부드럽고 순한 라거(lager) 맥주를 좋아한다. 버드와이저나 하이네켄보다는 기네스나 배스를 애써 찾아 마시는 사람이라면 맥주 애호가라고 봐도 좋을 듯. 원산지별로, 발효법에 따라, 농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맥주의 다양한 맛 세계로 들어가 보자.
맥주는 효모 발효의 차이에 따라 크게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 두 가지로 나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는 라거 맥주(lagers)다.
15세기 독일의 바바리아 지방에서 탄생한 라거 맥주는 냉각 시설의 발달과 더불어 맥주의 발효법이 달라지면서 맛이 깨끗하고 부드러워졌다. 흔히 독일을 맥주의 본고장으로 일컫는 이유도 라거 맥주의 맛이 전세계에 퍼졌기 때문.
라거 맥주보다 맛이 쓰고 독하며 색깔이 어둡고 흐린 에일 맥주(ales)는 고전적인 맥주 양조법을 사용한 상면발효 맥주다. 발효 도중 생기는 거품과 함께 맥주통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이용해 만드는데 아직까지 영국에선 이 방법으로 맥주를 만든다.
배스 페일 에일(Bass pale ale)이나 기네스 스타우트(Guinness Stout)처럼 이름에 ‘에일’이 붙어있는 맥주나, 흑맥주인 ‘포터’(porters), 독한 흑맥주인 ‘스타우트’(stouts), 밀로 만든 맥주인 ‘윗비어’(wheat beers 혹은 Weissbier) 등이 상면발효맥주에 속한다.
이에 반해 라거 맥주는 발효가 끝나면서 맥주통에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하여 저온 발효한 맥주로, 소위 말하는 황금빛 맥주가 바로 라거 맥주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밀러, 코로나 등 독일산 맥주인 복(bocks), 체코산 맥주인 필스너(pilsener), 그리고 아메리칸 라잇(American Lite)과 같은 미국산 맥주가 여기에 속한다. 한국의 경우 OB가 라거맥주를 별도의 상품명으로 출시하면서 혼동을 빚기도 했지만, 하이트나 OB, 카스 등 한국산 맥주는 모두 라거 맥주다.
맥주의 종류를 좀더 세분화하면, 드라이 맥주(Dry beer), 아이스 맥주(Ice Beer), 사이더(Cider), 향이 가미된 맥주(Spiced beer) 등으로 나뉘어지고 최근 들어 저칼로리, 저탄수화물 열풍이 불면서 로카브(Lowcarb) 맥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이 맥주는 일본에서 개발된 맥주로 당의 함량을 줄이고 알콜 농도를 높여서 단맛이 적고 담백하며 끝맛이 깨끗한 게 특징이다.
아이스 맥주는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숙성되기 바로 직전에 얼리는 맥주로 부드럽고 순한 맛을 지니지만 강한 향을 내며 알콜 함량도 높다.
사이더는 원래 사과술로 과일 샴페인과 맛이 비슷하며 알콜 함량이 맥주보다 높은 탄산음료이다.
사실 시원한 맛에 맥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에일이냐 라거냐 하는 맥주의 종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각기 다른 맥주의 맛과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 궁합 맞추기에 훨씬 더 관심이 간다. 물론 땅콩이나 치즈처럼 짭짤하고 기름기가 있는 안주와 함께 마시는 맥주의 맛이 최고지만, 음식별로 어울리는 맥주의 종류도 다르다.



육류와 어울리는 맥주

네덜란드 산 맥주 ‘하이네켄’(Heineken), 독일산 ‘벡스’(Beck’s), 덴마크산 ‘칼스버그’(Carlsberg)처럼 강하게 남는 거칠고 씁쓸한 맛을 지닌 맥주가 육류와 어울린다.
이외에도 영국산 흑맥주 ‘기네스’(Guinness)나 체코 맥주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벨기에 산 ‘레페 브론드’(Leffe Blonde), 네덜란드 산 ‘암스텔’(Amstel), 독일산 ‘크롬바커’(Krombacher), 일본산 ‘삿뽀로 드래프트’(Sapporo Draft)가 있고, 미국산 맥주로는 ‘쿠어스’(Coors)와 생맥주의 신선한 맛과 향이 나는 ‘밀러 드래프트’(Miller Draft), ‘새무얼 아담스’(Samuel Adams), 한국산은 ‘카스’(Cass) 등.


해산물과 어울리는 맥주

미국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인 ‘버드와이저’(Budweiser), 일본산 맥주 ‘아사히(Asahi)’와 ‘기린’(Kirin), 붉은 빛이 감도는 벨기에 산 맥주 ‘로덴바크’(Rodenbach), 얼음을 넣거나 아주 차갑게 먹는 필리핀 산 ‘산미구엘’(San Miguel) 등이 시푸드와 어울린다.


핑거푸드와 어울리는 맥주

맥주의 쓴맛을 없애고 깨끗한 맛이 나는 맥주는 가벼운 안주를 먹어야 제 맛이 느껴진다.
라임과 함께 먹는 멕시코산 ‘코로나’(Corona), 미국산 ‘미켈롭’(Michelob), 중국산 맥주 ‘칭타오’(Tsingtao)가 있으며, 한국산 맥주로는 ‘하이트’(Hite)와 ‘오비 라거’(OB Lager)가 핑거 푸드와 마시기 좋은 맥주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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