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이 놀랄만큼 가슴은 감동한다’ 빙하쇼 압권

2005-06-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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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놀랄만큼 가슴은 감동한다’ 빙하쇼 압권

세계 최대의 유빙(Tidal Glacier)인 허버드 빙하. 알래스카 프린스 윌리엄스 사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

알래스카 크루즈 체험

언제나 얼어 있는 동토의 땅처럼 알래스카는 각인된다. 미국이 720만달러라는 헐값으로 알래스카를 구입한 이후에도 그런 이미지는 지속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알래스카는 자연과 태초의 신비가 그대로 존재하는 꿈의 땅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주었던 골드러시와 풍부한 연어로 인해 몰려들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이기도 한 알래스카.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때묻지 않은 빙하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알래스카 크루즈는 바다의 유빙과 피요르드 해안의 절경을 선상에서 감상하며 얼음의 나라로 유유히 스며들어가는 감동의 여행이다 지난주에 이어 7박8일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기를 이어간다.


지구 마지막 청정지역 글레이셔 베이…‘빙하 칵테일’일품


5일 골드러시 시대의 관문이었던 스케그웨이(Skagway)에 도달했다. 크루즈에서 하선하면 바로 화이트 패스(White Pass)와 유콘 루트(Yukon Route)를 오르는 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산악 관광열차는 일단 타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된다. 기차 가격은 1인당 100달러 정도인데 같은 코스를 버스로 관광하면 45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화이트패스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브라이들 베일 폭포와 데드홀스 협곡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오르면 눈이 녹아 이룬 맑고 깨끗한 호수를 보게 되는데 이 곳에서 기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 그 곳이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기 때문이다.
올라갈 때도 그렇지만 돌아오는 열차에서 펼쳐지는 화이트패스와 유콘강 루트의 절경을 보노라면 실로 웅장한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지곤 한다.


HSPACE=5

배에서 내려 바로 탑승하게되는 스케그웨이 화이트 패스 트레인.


6일 알래스카 유람선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글레이셔 베이(Glacier Bay) 국립공원으로 크루즈가 입항했다.
글레이셔 베이를 크루즈로 둘러보는 코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보는 거대한 빙하바다, 빙하산, 드디어 바다로 흘러내려 온 거대한 빙하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다. 이름하여 서프라이즈 빙하. 보는 이 들마다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를 연발하기 때문이라고. 빙하산과 물개가족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흔들어본다.
그때 땅땅 우르르 쾅쾅! 거대한 빙벽이라도 무너졌나보다 하고 돌아보면, 아주 자그마한 얼음 조각이 물 속으로 ‘퐁당’. 그런데 소리는 서라운드 스피커를 설치한 듯 천둥소리를 낸다. 한참을 그렇게 자연의 웅성거림을 온몸으로 듣고 느껴본다.
유람선 승무원들이 그물망으로 바다 위에 떠있는 빙하를 건져 올려 만들어준 빙하 칵테일 서비스도 잊을 수 없다.


7일 세계 최대의 유빙(Tidal Glacier)인 허버드 빙하(Hubbard Glacier)를 만나기 위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해역으로 크루즈가 향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는 추가치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크고 작은 빙하 조각들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풍경이 장관이다.
말로만 듣던 빙산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16개의 빙하협곡이 있는 칼리지 피요르드(College Fjord)로 배가 들어갔는데 텔리비전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거대한 빙산과 빙하가 흘러나오는 피요르드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HSPACE=5

앵커리지 수상 비행장.


8일 드디어 크루즈는 앵커리지 인근 위디어항에 도착했다.
앵커리지는 샌타바바라 크기의 알래스카 최대 도시다.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가 된 알래스카 원주민어로 ‘거대한 땅’이라는 의미라고.
맨 처음 후두 호수 경비행장을 찾았다. 가이드 말이 알래스카는 항공기와 함께 발전했으며, 이곳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경비행기를 꼽는다고 한다. 일행이 도착한 후드 호수 경비행장은 경비행기가 하루 평균 233회 이착륙을 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비행장이라고 한다.
앵커리지는 알래스카의 여러 도시를 잇는 교통의 출발점이자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특히 날씨가 상쾌하고 여행하기 좋은 여름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자들로 도시는 활기를 띤다.
낮의 길이가 길어 같은 하루라고 해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 투명하고 푸른 하늘과 도시를 둘러싼 푸른 초목은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연어 부화장, 초컬릿 팩토리, 지진공원, 알래스카 주립박물관을 두루 돌아보고 아쉬운 마음으로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글·사진 백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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