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런 곳이 있어요 게일리 애비뉴 ‘플랙스 펜 투 페이퍼’

2005-06-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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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있어요 게일리 애비뉴 ‘플랙스 펜 투 페이퍼’

웨스트우드 빌리지에 있는 ‘플랙스 펜 투 페이퍼’. 게일리 애비뉴를 지나가면 모던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만년필 박물관이다.

70년 전통 ‘만년필 박물관’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소지품이 하나 있다. 하얀 와이셔츠 주머니를 장식하고 있던 ‘만년필’.
옛날에는 주머니에 까만색 몽블랑 만년필을 꽂고 다니는 걸 성공한 사람의 전형으로 여겼는데 아직까지도 ‘성공한 사람의 액세서리’라는 이미지를 간직하며 고가 만년필을 하나 정도 소지하고 다니는 젊은이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계약서에 서명할 때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하는 만년필은 세계사의 중요한 현장에서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앞에 늘 놓여 있던 필기구로도 유명하다.
세상에 만년필을 내놓은 사람은 뉴욕의 보험판매원 루이스 워터맨(Louis Waterman)으로, 1883년 첫 선을 보인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지식인의 품격을 상징하는 필기구로 자리잡았다.
만년필의 역사만큼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7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년필 가게가 웨스트우드에 위치한 ‘플랙스 펜 투 페이퍼’(FLAX Pen to Paper)다.
플랙스 펜 투 페이퍼의 전신은 1931년 메이어 플랙스가 LA다운타운 7가에 오픈했던 아트 서플라이점으로, 웨스트우드 빌리지로 장소를 옮긴 건 1950년 그의 아들 하비 플랙스에 의해서다.
이후 딸 조앤이 가게를 물려받아 웨스트우드 빌리지의 곳곳으로 옮겨다니다가 게일리 애비뉴에 정착했다.
유리와 목재를 사용해 건축된 플랙스 펜 건물은 유리창을 통해 비추는 따스한 햇살과 밝은 조명이 한데 어우러져 모던한 이미지를 풍기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흘러나오는 요요마의 첼로 소리, 빌리 할러데이의 분위기 있는 사운드트랙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만년필 몽블랑의 대표적인 모델인 ‘마이스터스틱’(Meisterstuck)부터, 워터맨의 최고급 모델로 시가 모양에 수공으로 만든 18K금 펜촉, 짙은 청색 반투명 몸체와 골드 커버의 조화가 일품인 ‘에드슨’(Edson), 세공기술이 뛰어난 스테디셀러 ‘크로스’(Cross), 만년필의 명가 파카의 오랜 야심작 ‘듀오폴드’(Duofold) 등.
1970∼80년대 졸업 및 입학선물의 대명사였던 파카 만년필을 구경하다보니 추억 속에 갇혀있던 선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명품 만년필로 불리는 몽블랑에 비해 파카는 낮은 가격대의 제품이 많아 고급 이미지가 다소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고가 제품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로, 현재 백악관의 공식 펜으로 사용되고 있다.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 조앤과 필이 진열대에 전시돼 있는 상품들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열렬한 만년필 애호가부터 세련된 하이텍 펜을 좋아하는 디지털 세대 모두가 즐겨 찾는 만년필 전문점으로, 펜 하나에 8.95달러부터 1만4,000달러에 이르는 수백 가지 종류가 진열돼 있다.
플랙스 펜 투 페이퍼(FLAX Pen to Paper)는 1078 Gayley Ave. LA에 위치해 있으며 영업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문의 (310)208-3529.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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