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고

2005-06-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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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된 지 얼마 안된 새끼 오리들이 어미를 따라 무리 지어 물위를 가르고 물이 넘칠 것 같은 잔잔한 호수에 나무숲을 뚫고 오렌지 빛의 아침 노을이 눈부시게 반사된 황홀한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감사하며 새벽을 깨워 하루를 연다.
꿈과 이상을 안고 달리는 달리기 모임의 멤버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면서 호수 주위의 흙 길을 달리면 어느새 등은 젖어있고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헐떡이던 숨도 고른다.
흐르지 않고 정지된 시간 그대로 고정되어 다가오는 순간 순간들은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시간인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뚜렷하게 각인되어 가슴에 살아있는 시간이다. 잊은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 불을 밝히듯 뚜렷하게 나타나고 아름다운 장면과 감격적인 장면이 서로 포개질 때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게 된다. 그들 중의 하나가 학창시절의 추억이다. 지금이 방학과 졸업시즌,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다.
우리들이 새로운 이상의 세계를 얻는 것은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고통과 맞 싸워 이겨내는 바로 거기에 이상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럴 때 우리는 용감해야 한다. 그것은 곧 어떤 어려움이나 위험에 달했을 때 사람의 마음에 솟아오르는 동요와 혼란과 감동을 단호하게 초월하는 영혼의 비상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바쁜 삶의 질서 속에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떠밀리며 사는게 우리들의 생활이지만 그런 모순된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뜻하는 생활과 소망이 있기에 힘이 들어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보람있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맡은 일,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충실히 하며 인생의 참 목적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쁨과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서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서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십시오’ 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기쁨을 배가 시켜 더 기쁨을 크게 하고 또 슬픔은 나눠 서로가 위로함으로써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어 다시 기쁨을 찾는 사회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 그들의 미래를 함께 내다보며 그들 스스로가 용기 있게 그 미래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힘과 슬기를 북돋워 주고 격려해 주자. 그때 사람 개인 개인은 고독한 것이 아니며 아무렇게나 사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정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항상 앞길이 열린다는 사실도 보여주자. 우리 개인 개인이 성화되고 구원받는 것도 우리가 이웃에게 가지는 사랑과 관심 또 그 행위에 달려있다.


임 무 성
(성아그네스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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