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서 즐기는 ‘구름속 샴페인’

2005-06-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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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큘라 밸리
열기구 풍선 & 와인 축제

오늘부터 사흘간
1인당 150달러면
열기구풍선 체험

캔사스로부터 대형 풍선을 타고 노란 벽돌 길을 넘어 다른 세계에 도착한 오즈의 마법사. 이름만 마법사였지 그는 풍선을 잃어버려 집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던 딱한 처지의 사내였다. 흰 옷 입은 천사와의 만남으로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시 일행은 오색 대형 풍선을 타고 푸른 하늘을 날아 꿈에도 그리던 고향집으로 되돌아간다.
두둥실 하늘을 떠다니는 오색 풍선은 늘 우리에게 있어 동화적 상상의 세계와 동의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든 40개 이상의 대형 풍선이 하늘을 오색으로 물들이며 떠다니는 광경. 아!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테미큘라 밸리의 스키너 호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는 오늘부터 6월 5일(일)까지 사흘 동안 열기구 풍선 와인 축제(2005 Temecula Valley Balloon and Wine Festival)가 열린다. 3만6,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이 축제에서는 열기구 풍선 글로우 쇼, 콘서트, 와인 시음회, 어린이 축제, 예술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어떻게 이런 행사가 시작됐을까. 1983년 항공사의 파일럿이었던 월트 대른과 열정에 가득 찬 조종사들은 ‘테미큘라에서 열기구 풍선 축제가 열린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이 지역 상공회의소 의장이었던 비키 테일러는 이벤트 전문가 에벌린 하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녀는 테미큘라의 특산인 와인과 엔터테인먼트를 더한다면 더욱 근사한 열기구 풍선 축제를 연출할 수 있다고 제의했다.
첫 열기구 풍선과 와인 축제가 열렸던 것은 1984년의 봄. 인구 9,000명이 고작이던 마을이 들썩거릴 정도로 축제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4,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35개의 풍선이 이네즈 로드의 타워 플라자 상공을 출발해 하늘을 색색으로 물들였다.
와인과 열기구 풍선 축제는 매해 새로운 행사들이 더해지며 꾸준히 진화했다. 열기구 풍선 타기, 인기 밴드의 연주, 와인 시음회, 어린이 축제가 합해져 이 지역 최대의 이벤트로 발전된 것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의 열기구 풍선 글로우 행사는 이 지역 주민들이 풍선을 타고 손님들을 반기던 것에서 유래한다. 해가 지면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특별 콘서트가 열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모여든 관객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며 열기구 풍선 글로우의 순간을 기다린다.
파일럿들은 음악의 비트에 맞춰 열기구 풍선을 움직이며 빅쇼를 준비한다. 파일럿들이 일제히 버너에 불을 붙이면 스키너 호수 위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빛과 함께 놀라운 광경이 연출된다. 열기구 풍선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지상에서도 이에 화답하듯 열광적인 축제의 한 마당이 펼쳐진다. 열기구 풍선 글로우 행사는 라이브 밴드 연주 직후인 9시부터 펼쳐진다.
축제에서는 열기구 풍선이 펼치는 묘기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올라타 볼 수도 있다. 동틀 무렵 스키너 호수 위 사파이어처럼 푸른 하늘로 50여 개의 풍선이 사뿐히 떠오르며 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스태프들이 풍선의 몸체를 잔디밭 위에 펼쳐놓고 탈 것과 연결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몸체에 기체를 주입하고 나면 파일럿이 버너에 불을 붙여 풍선을 뜨게 한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다. 열기구 풍선은 바로 이 과학적 원리를 응용한 것. 풍선이 뜨기 위해선 외부 공기가 차가워야 한다. 동도 트기 전 지정 장소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태양이 떠오르면 대기 중 공기는 금시 온도가 올라간다.
열기구 풍선은 우리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 떠다니는 나그네 같은 존재.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풍선을 이끌지 모른다는 점이 풍선 타기에 낭만을 더한다. 파일럿들은 풍선을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며 원하는 방향의 바람을 타려 노력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풍선을 조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우아하게 푸른 풀밭 위로 당신을 실어 나르거나 낮은 구릉과 포도밭 사이를 주유하기도 한다. 처음 출발했던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랜딩을 하는 일은 다반사다.
열기구 풍선을 타러 갈 때는 아침나절의 기온이 낮으니 얇은 옷을 겹쳐 입어 몸을 보온한다. 해가 뜨면 곧 기온이 올라간다. 이 지역은 태양이 뜨겁다. 선블럭 로션을 충분히 바르고 선글라스를 써서 눈과 피부를 보호한다. 풍선 주변에서는 폭파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금연. 열기구 풍선 글로우 쇼는 거리를 두고 감상하도록 한다. 열기구 풍선 출발은 토, 일요일 오전 6시30분-7시, 8시 30분께면 출발지에 도착한다. 일인당 가격은 150달러. 예약 (800)965-2122.
테미큘러 밸리 지역은 기후와 토양이 좋아 포도주 양조장들이 많다. 밤이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물기가 잘 빠지는 토양은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1,500피트 고도의 구릉은 온통 포도밭. 1968년 실루조스(Cilurzos) 가(家)가 최초로 이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은 이후 엘리 칼라웨이는 현대적 양조장을 갖춘 칼라웨이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오늘날 테미큘라에는 21개의 양조장이 있다. 패밀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들 양조장은 수작업을 원칙으로 하며 골드 메달을 받은,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 곳도 있다.
다양한 와인 종류가 소개될 ‘와인 정원’에서는 칼라웨이, 마운트 팔로마 등 21개 테미큘라 밸리 와인과 그 밖의 캘리포니아 와인들을 시음해 볼 수 있다. 기념품 와인글라스와 7번의 시음 티켓의 가격은 15달러. 와인 외에 맥주 시음대회, 그리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갖춘 음식 부스도 마련되는 만큼 알콜음료와 음식, 피크닉 바구니, 쿨러의 반입은 금지된다. 알콜음료 판매는 21세 이상 ID 소지자에게만 한정된다. 와인 정원의 운영 시간: 6월 3일(금)은 오후 5시부터 9시. 4일(토)은 오전 11시-오후 7시. 5일(일)은 오전 11시-오후 5시까지.
그룹 포르너(Foreigner)의 루 그램(Lou Gramm) 등 유명 아티스트들은 두 곳의 무대에서 재즈, 컨트리, 블루스, 라틴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토요일 밤은 커뮤니티 댄스 나이트로 꾸며진다.
모든 연령의 어린이가 배우고 뛰놀 수 있는 ‘어린이 동산’에는 여러 가지 놀이기구, 당나귀 타기, 페팅 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어린이 동산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수공예품 장터에서는 수준 높은 수공예품을 감상하며 현장에서의 구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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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와인 안주에는 역시 치즈가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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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풍선이 둥둥 떠다니며 환상적인 광경을 펼치는 열기구 풍선 글로우 쇼.


■축제 일시와 티켓 가격

3일(금) 오후 5-10시. 입장료 12달러.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4일(토) 오후 오전 6시-오후 10시. 입장료 18달러. 7-12세 어린이는 5달러.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5일(일) 오전 6시-오후 6시. 입장료 15달러. 7-12세 어린이는 5달러.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주차: 자동차는 5달러. 대형 차량은 10달러.


■가는 길

91번 E.쭻 15번 S.쭻Rancho California Rd. 출구에서 내려 동쪽으로 사인을 따라간다.
Lake Skinner Regional Park
주소 37701 Warren Rd.
Winchester, CA 92596
전화 (909)676-6713
www.balloonandwinefestival.com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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