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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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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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Genesis)★★★

하늘과 땅 그리고 물고기와 파충류 등이 어떻게 생성되었는가를 아프리카의 현자가 옛날 얘기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미지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창세기를 살아있는 총천연색 그림으로 보는 셈.
모닥불 위에 물을 담은 솥을 올려놓은 채 앉아 있는 이 현자는 마치 예지가 가득 담긴 동화나 전설을 이야기하듯 유머와 진지함을 섞어 우주와 별들과 지구의 시작과 지상의 생명들의 출현에 대해 들려준다. 그가 시간과 출생과 사랑과 죽음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름답고 생명으로 가득 찬 화면 위에 묘사된다.
창조의 신비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프랑스 기록영화로 현대적이요 화려하고 시간을 초월한 창세기라고 하겠는데 제작에 6년이 걸렸다. 역시 생명과 우주의 신비를 기록한 ‘마이크로코스모스’를 만든 팀이 쓰고 감동했다. 6월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남성 여성’ (Masculine Feminine)


고다르의 귀엽고 즐겁고 독창적인 남녀관계를 스케치식으로 그린 흑백 작품. 1966년작.
정치, 섹스, 코미디, 노스탤지어 등을 ‘남자가 여자를 만나면’이라는 주제에 매달아 이야기한다. 저널리스트인 장-피에르 레오와 록 가수 지망생인 샹탈 고야가 카페서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브리짓 바르도가 캐미오로 나온다. 삼삼하게 재미있다.


‘국외자들의 무리’
(Band of Outsiders)

역시 고다르의 1964년작으로 흑백인데 변덕스럽고 로맨틱하고 스타일 멋진 희비극이다. 친구 사이로 서푼짜리 도둑들인 아르튀르와 프란츠는 어른아이들. 둘은 모두 예쁜 기분파 오딜을 사랑한다. 두 남자는 오딜과 함께 오딜의 아주머니 집에 숨겨둔 검은 돈을 훔치나 뜻밖의 종말을 맞는다.
고다르가 할리웃 갱스터 영화에 바치는 헌사. 8~9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1964)

오스카 작품상 등 총 8개 수상작. 아름답고 즐거운 뮤지컬로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우아하다. 170분. 원작은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으로 위트 넘치는 대사와 함께 주옥같은 노래들을 즐길 수 있다.
동료들과 내기를 건 뒤 런던의 후진 시장에서 꽃을 파는 더럽고 무식한 처녀 일라이자를 자기 집에 기숙시키면서 그녀의 억센 사투리를 표준 영어로 교정하려고 애쓰는 음성학 교수(렉스 해리슨)의 이야기. 그러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조지 큐커 감독의 지적이요 호화스러운 작품.


‘지지’ (Gigi·1958)

고급 창녀로 키워진 아름답고 순수한 지지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매력적인 뮤지컬.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다. 레슬리 캐론, 루이 주르단, 모리스 슈발리엔 공연. 28일과 29일 페어팩스 극장 동시상영.



‘카사블랑카’ (Casablanca·1942)

수없이 보아도 심금을 울리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
전쟁시의 로맨스와 이국에서의 모험과 음모와 사나이의 의리를 완벽하게 배합시킨 영화로 2차대전 당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의 릭의 카페가 무대.
파리에서의 짧은 사랑 후 사라진 옛 사랑 잉그릿 버그만이 프랑스 레지스탕스 거물인 남편을 대동하고 릭(험프리 보가트)의 카페에 나타나 도움을 청하면서 릭은 홧술을 병째 마신다. 볼 때마다 울게 된다.


‘오명’ (Notorious·1946)

2차대전 때 남미를 무대로 전개되는 뛰어난 스파이 스릴러로 히치콕의 흑백 명작. 잉그릿 버그만이 연합군 스파이 애인 케리 그랜트의 지시에 따라 나치 스파이 거물과 결혼한다. 29일 하오 5시부터 이집션서 동시상영.


‘터널’ (The Tunnel)

터널을 뚫고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한 일단의 용기 있는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힘찬 드라마.
1961년. 터널을 뚫는 팀의 리더는 4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동독의 수영 챔피언 하리.
그는 혼자 서독으로 탈출한 뒤 동독에 남아있는 가족을 탈출시키기 위해 엔지니어와 2명의 이탈리안 아메리칸과 함께 터널을 파기 시작한다. 이들을 돕는 것이 자기들의 가족과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터널 파기에 동참하는 자원자들.
끊임없는 체포 위협과 배신의 두려움 그리고 지하 수도관 파열 등 온갖 난관을 헤치고 이들은 터널을 파 들어간다. 긴장감 가득하고 감정적인 영화로 사나이들의 터널 파기에 유일한 여자인 프리치가 가담하면서 남자들간의 팀웍을 복잡하게 만든다. 독일 영화로 157분. 성인용. 일부지역.


‘체제 까부셔’ (Bomb the System)★★★

앤소니는 뉴욕에서 가장 재능 있고 악명 높은 낙서화가로 이 영화는 그의 회상식으로 전개된다. 지금까지 몰랐던 낙서화가들의 예술적 열망과 집념 그리고 그들간의 치열한 경쟁의식 또 이들을 잡으려는 경찰의 드라마가 사실적이고 거칠 정도로 힘있게 묘사됐다. 제목의 ‘bomb’은 낙서그림 그리기를 뜻한다.
앤소니는 어렸을 때 역시 낙서화가인 형이 브루클린 브리지에 낙서그림을 그리다 사망했는데도 병적으로 이 예술에 매달린다. 그는 그의 ‘화실’ 동료 2명과 함께 파티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훔치고 밤마다 벽에 그림을 그린다.
라이벌 낙서화가들과 경찰과의 조우를 가능한 한 피해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데서 기쁨을 얻는 앤소니는 미대에 가라는 어머니의 압력에 시달린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여자친구는 앤소니에게 함께 뉴욕을 떠나자고 제의하는데 앤소니의 친구가 악질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자 앤소니는 시에 전면전을 선포한다. R. 페어팩스(323-655-4010)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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