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웃음의 안팎

2005-05-21 (토)
크게 작게
백과사전에서는 웃음을 ‘희로애락을 얼굴에 나타내는 표현의 하나이고 사회적 생리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웃음의 종류를 (1)신체적 자극에 의한 웃음 (2)기뻐서 웃는 웃음 (3)우스워서 웃는 웃음 (4)겸연쩍은 웃음 (5)연기로서의 웃음 (6)병적인 웃음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웃음을 형태별로는 희소(喜笑), 희소(嬉笑), 폭소(爆笑), 대소(大笑), 미소(微笑), 실소(失笑), 조소(嘲笑), 일소(一笑), 냉소(冷笑), 고소(苦笑) 등으로 구분합니다. 희소는 기뻐서 웃는 웃음, 같은 희소라도 ‘기쁠 희’(喜)자가 아니고 ‘즐길 희’(嬉)자를 쓰는 희소는 희롱하면서 웃는 웃음, 예쁘게 웃는 웃음을 뜻합니다.
같은 웃음이라도 조소, 일소, 고소, 냉소 등은 기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웃음입니다. 조소는 조롱하여 웃는 웃음, 일소는 업신여겨 웃는 웃음, 냉소 역시 같은 뜻이지만 쌀쌀한 태도로 비웃는 웃음입니다. 고소는 쓴웃음으로서 어이없거나 마음에 차지 않을 때 웃는 웃음을 뜻합니다.
웃음 중에는 별로 웃을 이유가 없는데 괜히 웃는 ‘실없는 웃음’이 있습니다. 남이 웃으니까 이유도 모르고 쫓아서 웃는 ‘반사적 웃음’도 있습니다. ‘조크’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합니다. 때문에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거나 시사에 능통하지 않으면 들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히 뜻은 이해하는 데도 웃음거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조크를 같이 듣고 있던 옆 사람이 웃기 때문에 그냥 있기가 겸연쩍어서 같이 웃는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사적 웃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상 ‘만들어서 웃는 웃음’을 ‘기계적 웃음’이라고 합니다. 내심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겉모양만의 웃음입니다. ‘연기로서의 웃음’에 속합니다. 영어로는 mechanical smile이라고 합니다. 직업상 할 수 없이 웃어야 하는 웃음이라는 뜻에서 professional smile이라고도 합니다.
웃음은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표현의 하나입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은 문화권마다 그 바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 문화권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 점 명심하고 그 사람들의 웃음의 안팎을 잘 읽어야 합니다. 냉소를 호의적인 웃음으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호의적인 웃음을 조소로 받아들이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시선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미소는 전형적인 ‘연기로서의 웃음’입니다. 인위적인 웃음으로서 습관상의 행위이며 인사의 일종입니다.
이러한 웃음을 American smile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에 ‘무표정’으로 지나치지 말고 같이 American smile로 응답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미국 수퍼마켓이나 상점 점원, 웨이트리스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계적 웃음’은 철저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업체의 한국인 종업원들은 손님을 무표정이나 ‘적대감을 가진 사람’ 모양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배워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서양인들이라면 큰 실수 또는 결례로 인정할 만한 일도 한국인들은 ‘겸연쩍은 웃음’으로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에게도 ‘겸연쩍은 웃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경우를 웃음으로만 넘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미안하다’라든가 ‘사과한다’는 등의 언어상의 표현을 앞세웁니다. 역시 명심하여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서양 사람들은 표정의 변환이 빠르지만 동양 사람들은 웃음이 오래 가서 이것을 Oriental smile이라고도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에는 웃음을 웃되 감추려는 제스처를 쓰면서 웃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없는 웃음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은폐적인 웃음’을 Oriental smile이라고도 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많은 웃음이니 만큼 주의를 요합니다.

전유경<‘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