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는 하나님의 것 우리는 청지기일뿐…”

2005-05-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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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주세무관 접고 늦깎이 목회자된 주해홍 목사

고교시절 수양회서 성령체험
이민후 18년간 성가대 지휘
공직 조기은퇴 목회의 길
올 초 밸리 온누리교회 부임

주정부 세무관으로 25년간 일하면서 한인 업주들에게 낯익은 얼굴이었던 주해홍(60)씨가 늦깎이 목회자로 변신, 화제가 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목회자가 되기 위해 평생 헌신해온 것은 더욱 아니었기에 주 목사가 사역자의 길로 들어선 이력은 남다르다.
그는 조세형평국(Board of Equalization)의 세무감사관(Tax Auditor)으로 지난 25년간 공직에 몸담아오다 조기은퇴를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때로 그의 전직을 아는 교인들로부터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무서운 세무 감사관이 회개해 목사님이 되셨나”는 농담 섞인 질문을 듣는다며 웃는 주 목사는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한명인 마태오 역시 예수님께 불려가기 전까지 로마제국을 위해 세금을 징수하는 가파르나움의 관리였죠”라며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인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섬기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주목사가 처음으로 복음을 접하게 된 것은 미국장로교단소속의 대구 계성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이다. 당시 교목을 가르치던 교사로부터 매주 성경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교회에 출석하기도 했는데 우연히 참석했던 여름수양회에서 성령 체험을 하고 심각하게 신학대 진학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일반대학을 선택해 연세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그는 목회자의 길과는 멀어졌으나 신앙생활은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1974년 도미 보스톤 대학에서 경영학석사를 공부하고, 캘리포니아로 옮겨와 일해온 18년간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를 담당하며 복음을 전해왔다.
좀더 깊은 신앙의 성장을 위해 1995년 풀러튼의 호프인터내셔널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할 때만해도 목회자가 되리라 생각지 못했다는 주 목사는 “신학을 정식으로 배우며 다시 하나님을 영접하고 그 분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됐다”며 “마지막 학기 때 회사에 휴직을 신청해 3개월 동안 공부에 매달리며 사명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영은장로교회, 한마음교회, 다우니제일교회 등에서 사역했고 올해 1월 밸리온누리교회 사역목사로 부임했다.
“세무관련 일을 하다보면 가난한 사람도 만나고 부자인 사람도 만납니다. 간혹 자신이 남들보다 적게 가졌다고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해요. 그럴 땐 이렇게 말하죠.
우리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것을 관리하는 사람, 즉 청지기이며 모든 것은 하나님 것이라고요. 흔히 부자란 하나님이 각자에게 부여하는 달란트 중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능력을 은사로 가진 사람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는 이어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성경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대 종교가들이 예수를 정치적으로 휘말리도록 유도 하기위해 던진 ‘세금을 누구에게 바치리까’라는 질문에 예수는 ‘가이사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지만 국가에 세금을 바치는 것 역시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주목사는 여느 목회자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이론적, 신학적, 정답중심적의 성경 해석에서 벗어나 현실적 문제를 포용해 삶에 직접 응용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제적 교재를 연구해 강의할 계획”이라고 사역 계획을 밝혔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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