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름 김치

2005-05-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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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상큼 입맛나는 맛깔스런 맛

인터넷에 올린 주부들 손맛

경험바탕 담그는 방법도 각양각색
실수담·음식에 얽힌 얘기 쏟아내 친근


맛있는 김치 하나만 있으면, 색다른 반찬 없이도 꼭꼭 눌러 담은 밥 한 그릇 비우는 건 시간 문제다. 계절에 맞는, 입맛이 원하는 김치라면 더더욱 그렇다. 요즘같이 후덥지근한 초여름 날씨엔 매일 먹는 투박한 배추김치 보다는 야들야들한 열무나 씹히는 맛이 상큼한 얼갈이로 담근 여름 김치가 한층 입맛을 당긴다.
거기다 톡 쏘는 시원한 국물에 아삭한 무와 배추로 담근 물김치 하나 더 있으면 이내 산뜻하면서도 풍성한 식탁이 된다.
상큼하게 입맛을 돋워줄 초여름 김치는 담그는 법도 각양각색이다. 열무나 얼갈이는 야들야들하기 때문에 직접 소금을 뿌리기 보다는 소금물에 절인다던가, 김치 양념에 멥쌀 혹은 찹쌀풀을 쑤어 넣어야 제 맛이 난다던가, 풀쑤기가 번거로우면 찬밥을 끓여 활용해도 괜찮다든지 하는 식이다. 또한 물김치 담글 때는 북어 우린 물이나 바지락 우린 물을 쓰면 국물 맛이 훨씬 더 맛깔스러워지며 사과나 배를 채 썰어 넣으면 새콤달콤한 물김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도 맛있는 김치를 담그기 위한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맛에 관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출처는 어디일까? 다름 아닌 인터넷 홈페이지이다. ‘주부와 인터넷’하면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은 이미 한물간 얘기. 요즘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의 요리 비법을 올려 소개하는 주부들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truesea.net’의 안주인인 김미경씨는 이미 ‘이천원으로 아침상 차리기’이라는 요리책도 냈고 간단하게 차려내는 ‘마마 정식’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의 ‘보윤이와 보성이랑’을 운영하는 문성실씨도 현재 그동안 올린 자신의 레서피를 모아 현재 요리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밖에도 요리에 관심 있는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로는 ‘82cook.com’이 대표적인데 요리에 자신있는 주부들이 자신의 레서피와 아이디어는 물론 사진도 함께 올려 소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82cook.com의 유명 인사로는 ‘engineer66’와 ‘경빈마마’ 라는 아이디를 쓰는 주부. 유명한 정도는 댓글을 올리는 주부들의 반응으로 한눈에 알 수 있다.
맛있는 여름 김치와 물김치가 생각나는 요즘, 인터넷 홈페이지에 주부들이 직접 소개한 레서피를 활용하기로 했다. 요리 전문가가 소개하는 레서피보다 조금은 허술하고 체계적이진 않지만, 일단 따라하기 쉽고, 주부들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오히려 더 친근감이 간다. 중간 중간 실수 담과 음식에 얽힌 이런 저런 얘기들을 적어 놓아 꼭 친구와 함께 김치 담그는 얘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 LA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서나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언제든지 필요한 레서피 검색과 함께 댓글 의견도 남길 수 있는, 유명(?) 주부들이 소개한 맛깔스런 여름 김치 레서피를 소개한다.


“풀쑤기 번거로우면 찬밥을”

■ 백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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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82cook.com의 ‘민지맘’
▲재료: 중간 크기 배추, 무, 배, 양파, 마늘, 쪽파, 당근, 말린 대추, 잣, 표고버섯, 청양고추, 말린 고추, 굵은 소금, 설탕, 물
▲만들기: 배추를 잘 씻어 1/2 혹은 1/4 포기로 잘라 둡니다. 다음은 배추를 절여요. 모든 김치가 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 아삭하고 싱거운걸 좋아해서 일부러 배추를 덜 절입니다.
배추 한 포기에 400cc(우유팩 2개 정도)의 물에 약 80g의 굵은 소금을 타 소금물을 만듭니다. 물과 소금의 비율 5 : 1 정도 되는 것이 맛있습니다. 손질한 배추를 만들어둔 소금물에 푹 담그고 배추 머리부분엔 굵은 소금을 더 뿌려줍니다. 약 4시간 후 절여진 배추를 깨끗이 씻어 두세요.
다음은 배추 소를 만들어요. 무, 배, 당근은 채 썰고 대추도 돌려 깎은 후 채 썹니다. 표고도 물에 불에 불린 후 채 썰고 쪽파는 5cm 간격으로 썰어 두세요. 커다란 통에 만들어둔 배추소를 넣고 다진 마늘, 소금, 설탕을 약간 넣고 버무려 놓으세요.
다음은 국물을 만들어 볼까요. 무, 양파, 배를 믹서에 넣고 갈아 보자기에 받쳐 국물만 짜 놓는 후 소금, 설탕을 넣고 간을 보세요. 나중에 다시 간을 해야 하므로 너무 짜지 않게 해두는 것이 좋아요. 만들어둔 배추 소를 배추 이파리 사이사이에 넣고 배추 겉잎으로 꼭 싸서 김치 통에 꼭꼭 눌러 담은 다음 만들어둔 국물을 붓고 위에 무거운 돌로 둘러두세요. 준비한 청양고추와 말린 고추는 썰지 말고 통째로 망사 주머니에 담아서 국물 위에 띄워 두고, 국물간을 보고 소금을 더 넣을지 결정하세요. 참고로 전 백김치에는 새우젓이나 액젓 등을 넣지 않습니다.
젓갈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해야 깔끔하고 담백하거든요. 온도와 계절에 따라서 하루나 이틀정도 실내에 두어 익힌 후 다시 간을 보세요. 고추를 넣은 망사 주머니는 5일 정도 후에 꺼내줍니다.


★오이 물김치
blog.naver.com/shriya.do의 문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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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조선오이 4개, 절임물(물 3컵, 굵은 소금 4큰술), 오이소 양념(부추 썬 것 2줌, 붉은 고추 2개,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3큰술, 멸치액젓 1큰술, 설탕 1큰술), 김치국물(끓여 식힌 물 8컵, 밀가루 풀 1컵, 멸치 액젓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설탕 1/2큰술, 소금 적당량)
▲만들기: 오이는 한번에 절대 많은 양을 담그지 마세요. 오래 되면 쉽게 무르거든요. 일주일 안에 먹을 양만 만드는 게 좋답니다. 오이 절일 때는 그냥 소금으로 절이거나, 소금물에 절이기도 하고요. 끓는 소금물에 절이면 아삭한 오이 김치를 먹을 수 있어요.
오이는 4등분해 끝의 1센티 정도를 남기고 가운데를 십자로 잘라요. 물 3컵에 굵은 소금 4큰술을 넣고 끓인 소금물을 오이에 부어 1시간 가량 절인 다음 물기를 짜서 준비합니다. 그냥 주저 없이 뜨거운 물을 부으세요. 오이 소를 만듭니다. 잘게 썬 부추와 붉은 고추 잘게 저민 것을 넣고 마늘, 생강, 멸치액젓, 설탕으로 양념을 만들어요. 다음엔 절인 오이에 만들어 놓은 소를 넣어요. 소를 넣은 오이를 그릇이나 용기에 가지런히 담죠.
끓여서 식힌 물이나 아니면 정수기 물에 밀가루 풀 쑨 것을 멍울이 없게 체에 받쳐서 섞어 주고 고춧가루도 국물에 빨간 물이 들도록 체에 받쳐 걸러냅니다. 여기에 액젓과 설탕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시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서 조미료 종류 쓰시고요, 전 그냥 했는데도 아주 맛있었어요. 속을 넣은 오이 위에 만들어 놓은 김치 국물을 가만히 부어줍니다.
오이 물김치는 익은 게 맛있어서 만 하루 정도를 익혔다가 냉장고에 넣었답니다.
날씨에 따라서 시간 조절하세요. 여기에 국수를 말아먹거나 여름에는 냉면을 말아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냉국처럼 밥에 말아먹어도 좋구요. 아무튼 자꾸만 퍼먹게 되더라고요.


★ 나박김치
www.82cook.com의 ‘engine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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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무, 배추, 굵은 소금,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 붉은 고추, 물김치 국물(물 혹은 북어 국물, 찬 밥, 배즙, 매실꿀)
▲만들기: 먼저 물김치 국물부터 시작해 볼게요. 마침 달여논 북어국물이 있어서 거기에 찬밥을 체에 풀어넣고 끓입니다.(북어국물은 북어 한 마리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넣고 물이 2/3 정도 줄어들 때까지 푹 끓여 만듭니다.) 거기에 물을 조금 더 넣고 굵은 소금으로 짭짤하다 싶을 정도로 간하고 식혀 둡니다. 국물이 식은 후 배즙, 매실꿀을 섞어둡니다. 썰어둔 무와 배추는 따로따로 소금에 절이는데 아주 잠시만 절여야 아삭합니다. 배추는 건져서 씻고 무는 그대로 건져서 고춧가루를 뿌려 빨간 물을 들이세요. 절인 무에서 나온 물을 만들어둔 물김치 국물에 붓고 생수를 부어가며 마지막으로 간을 합니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체에 거르면서 풀면 빨간 국물이 됩니다. 고춧가루는 완전히 물이 식은 다음 풀어야 맛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 통에 무, 배추, 파, 편마늘, 편생강, 붉은 고추를 넣고 국물을 붓고는 하룻밤 따뜻한 곳에 둡니다. 마지막으로 파는 김치가 익은 다음에 넣으면 초록색이 오래 갑니다.


★ 부추김치
blog.naver.com/shriya.do의 문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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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부추 250g, 밀가루풀 밀가루 1큰술, 물 1컵, 양념 (밀가루풀, 멸치액젓 5-6큰술, 고춧가루 6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0.3큰술, 설탕 1큰술, 통깨 적당량)
▲만들기: 밀가루 풀은 밀가루 1숟갈에 물을 한 컵을 넣고 멍울을 풀어 불에 끓여줍니다. 풀을 쑬 때는 밑에 누르지 않게 중불로 잘 저어 주세요.
부추는 잘 씻어 물기를 빼 놓고 중간에 한번 정도 자르시고요. 커다란 볼에 밀가루풀 1컵, 멸치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을 넣고 (여기에 양파 간 것이나 다진 파를 넣어도 좋아요) 고루 섞은 다음 부추를 넣고 고루 묻혀 줍니다. 저는 부추도 파김치처럼 중간에 한번 묶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 엉키지 않아서 좋아요. 꼭 묶지 않더라도 나중에 꺼내서 먹기 쉽게 가지런히 잘 놓으셔야 해요. 부추 김치는 엉킨 것 풀다가 성질을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완성된 부추 김치에는 입맛에 따라 통깨도 뿌려줍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만든 부추김치도 있는데 그건 풀을 안 넣고 만들어요. 그것도 나름대로 맛있는데 한가지 꼭 알아둘 것은 부추 김치는 소금 대신 액젓으로만 간을 한다는 것이에요. 또한 풀을 쑤지 않고 담글 때는 부추를 양념에 섞을 때 너무 치대지 마세요. 그럼 풋내가 난답니다.


★ 무 즉석 물김치
blog.naver.com/jheui13.do의 ‘로즈의 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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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무 1개, 붉은 고추 1개, 실파 10줄기, 마늘 4톨, 생강 1/2개, 굵은 소금 2큰술, 김치 국물(멥쌀풀 1/3컵, 설탕 1/2큰술, 소금 2/3큰술, 갈은 양파 2큰술, 갈은 배 2큰술, 갈은 무 2큰술, 신화당, 소금약간)
▲만들기: 무는 가로 1cm, 세로 7cm 직사각형 크기로 자른 다음 소금 반 줌 정도 넣고 절여줍니다. 약간 무가 물러질 정도로 30분 정도 절인 후 살짝 헹궈 채반에 받쳐 물기 빼줍니다. 김치 국물에 넣을 멥쌀풀, 양파, 배, 무는 갈아서 준비해 두고, 파는 5cm 크기로 자르고, 마늘과 생강은 편으로 썰고 붉은 고추는 어슷 썹니다. 원하는 양의 물에 멥쌀풀, 양파, 무, 배 갈아둔 것을 넣고, 설탕 1/2 큰술, 소금 2/3큰술 (무에 간이 있으니 조금씩 넣으세요), 엄지와 검지로 살짝 집은 듯한 분량의 신화당과 미원을 넣은 후 잘 섞으면 김치 국물이 완성돼요. (이 물김치는 무보다 물을 더 많이 먹으니까 넉넉히 잡으세요.) 절인 무와 붉은 고추, 마늘, 생강, 파를 고루 섞어 김치 통에 넣은 후 만들어둔 국물을 부어주면 돼요. 실온에서 24시간 정도면 고깃집에서 먹는 시원한 하얀 무 물김치가 완성된답니다.


★ 열무김치
www.truesea.net의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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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열무, 단배추, 굵은 소금, 멸치 액젓, 고춧가루, 찹쌀풀, 붉은 고추, 마늘, 생강
▲만들기: 열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열무와 단배추를 일단 한번 씻으세요. 물이 묻어야 소금에 잘 절여지거든요. 열무 깔고 소금 뿌리고 또 열무 깔고 소금 뿌리고 교대로 하세요.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엔 찹쌀풀을 쑤세요. 물에 찹쌀가루 넣고 주걱으로 골고루 저어주면 찹쌀풀 완성.
소금을 많이 뿌리면 빨리 죽고, 조금 뿌리면 천천히 죽겠죠? 절여둔 열무가 숨이 죽고 아래쪽에 물이 보이면 한번 거꾸로 뒤집어주세요. 그리곤 조금만 더 있다가 씻으면 되겠어요. 열무는 숨만 죽으면 얼른 씻어서 건져야 해요. 열무김치의 간은 멸치액젓으로 하고요. 열무를 절일 때 소금에 너무 푹 절이면 액젓도 조금밖에 넣을 수 없고 맛도 쓰고 짜고 별로예요. 절인 후 씻어서 건져두었어요. 배추김치처럼 물을 오랫동안 뺄 필요가 없답니다.
열무김치는 촉촉하게 물이 나오는 게 더 맛있으니까요. 건져둔 열무를 바로 양념에 비비면 되겠어요.
커다란 양푼에 쑤어둔 찹쌀풀, 멸치액젓, 붉은 고추 다진 것, 마늘, 생강, 고추가루를 넣어요. 맵게 드시려면 고추가루를 더 넣으시구요. 멸치액젓은 열무를 비비다가 싱거우면 더 넣으면 되니 처음부터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양념끼리 잘 섞은 다음 열무를 넣고 비비세요.
열무는 몸에 상처를 입으면 풋내가 나니까 아기를 다루듯 살살 비벼주세요. 비빈 후엔 맛과 색을 보고 고춧가루나 액젓을 더 첨가해 주시면 되요. 아침에 담갔으니 저녁때쯤이면 알맞게 익을 거예요. 저녁에 냉장고에 넣어야겠어요. 열무는 너무 푹 익으면 맛이 없으니까요.


글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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