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교회가 바로 서야

2005-05-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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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성경적인 태도는 가장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죄악이 가득한 세상을 성경적 기준으로 볼 때 부정과 부패, 부도덕한 모습이 가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반하는 삶의 모습은 당연히 시대를 거스르는 진보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최근 남가주 교계는 불법적인 종교비자 문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일부 교회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교회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교회의 불법적 행위는 상식의 시각에서조차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탈법의 유혹을 막아야 할 교회가 앞장서서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잘못을 두둔하고, 변호마저 하려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상황윤리적 정황을 예로 들며 양시양비론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고, 개교회의 사안을 두고 마치 교회 전체를 매도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적된 잘못에 대한 변명과 항변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참회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는 행동이고 그런 당당함이 차라리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변명이 구차하게 보여지고 항변이 오히려 냉소와 비웃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이 교회 전체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전체 기독교를 호도할 수 있기에 비단 이번 일이 몇몇 교회의 문제라 할지라도 교회 전체가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의 기독교가 도덕적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희망은 교회에 있다”고도 합니다.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릇되고 어그러진 교회상을 바로잡기 위한 진보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죄 문제로 고민하신 하나님의 선택은 십자가의 고통이었습니다. 이 시대 우리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잘못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고통스런 작업일 것입니다. 건강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있을 때 교회에 대한 냉소와 외면의 시선이 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민교회사 백년의 역사를 이루기까지 선진들이 이룬 수고와 땀의 이면에는 정직과 양심에 기초한 성실함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정직의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원초적인 입장에 서야합니다. 이민사회 안에 만연한 불신의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교회 안에서부터 정직성을 회복하고 신뢰를 세워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한 번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둡고 혼탁한 세상에서 그래도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교회가 바로 서야 이민사회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전 종 천
(LA기윤실 실행위원)
LA기윤실 (213)387-1207.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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