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돌판에 굽는 생고기… 입안에서‘살살’

2005-05-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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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판에 굽는 생고기… 입안에서‘살살’

오가네 갈비는 건물 안팎을 한국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 벽화와 동양화로 장식,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내부는 벽 전체를 동양화로 처리했는데 화가 이명수씨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우리식당 ‘맛’ 자랑
북가주‘오가네 식당’

얼마전 북가주에 다녀오는 길, 사흘동안 미국음식만 먹은 배를 달랠 겸 괜찮은 한식당을 찾느라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단박에 ‘꼭 가봐야할 식당’이라고 추천받은 곳이 ‘오가네 갈비’(Ohgane).
‘북가주에 뭐 대단한 한식당이 있으랴’, 은근히 내려보는 마음으로 오클랜드 브로드웨이 길에 위치한 오가네 갈비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미안하고 무안해졌다. 번듯한 외관은 물론이고, 한국전통의 멋을 살려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실내,
그리고 외국인들이 스크린으로 메뉴 설명을 찾아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까지 갖춘 시설을 보면서는 미안을 떠나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LA의 웬만한 한식당보다 훨씬 넓은 규모(400석), 깔끔한 내부, 프로페셔널한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함께 간 일행 모두의 놀라움을 샀던 것이다.


두번 숙성한 된장에 ‘진짜’ 잡곡밥
손으로 다진 양념 정갈하고 독특


그런데 무엇보다 이 식당에서 놀랐던 점은 먹어보는 것마다 하나에서 열까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정갈한 음식 맛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식당 주인 오미자씨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었다.
“마늘, 생강 같은 양념은 다 손으로 다져서 씁니다. 믹서에 갈면 양념이 끈적끈적해지거든요. 손으로 잘게 다진 양념은 재료의 결마다 파고 들어가 특유의 맛을 살려주지요”
“된장은 두 번 숙성한 것을 씁니다. 된장 띄운 메주를 다시 한번 양념해서 한달 더 발효시키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나지요”
“인공조미료를 왜 써요? 잣과 과일, 젓갈을 충분히 활용하면 더 감칠맛 나는 요리를 할 수 있는데요. 겨자소스도 이용하고 사과 양파 갈아서 얼마든지 좋은 맛냅니다. 찌개는 갈비뼈하고 양지머리 고아낸 국물을 사용하면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어요”
“요즘 웰빙이다 뭐다 하여 야채만 강조하지만 고기도 필요한 영양공급원이니 먹어야 하지요. 먹되 건강하게 먹자는 겁니다. 구이집에서 떡보쌈을 함께 내는 곳이 많은데 고기는 떡보쌈이 아니라 절인 무에 싸먹는 것이 소화도 잘되고 궁합이 맞습니다”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은 절대 안 한다는 오사장은 365일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을 지키며 음식에 까다롬을 핀다. 특히 “흰쌀을 반이상 섞었으면서 잡곡밥이라고 하는 걸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오사장의 ‘새까만’ 잡곡밥은 백미는 한톨도 섞지 않고 흑미, 현미찹쌀, 좁쌀, 보리, 찰보리, 콩만으로 지었다는데 너무나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또 퓨전보다 전통한식을 고수하는 오사장은 “왜 요즘 냉면집들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것이 바로 국적 불명의 음식이라며 “정통 물냉면 육수는 양지머리에 여러 가지 야채와 향신료 넣고 밤새워 푹 고아 뽑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가네 갈비의 대표 음식은 돌판 생고기구이와 숯불 갈비구이. 화강암으로 만든 뜨거운 돌판 위에서 생고기를 지글지글 익혀먹는 맛은 LA에 와서도 두고두고 생각날 정도로 특별한 맛이다.
이 돌판은 독일에서 특별 주문한 것으로 한번 데우면 그 열기가 30분 이상 지속되는데, 고기가 타지 않고, 고기 기름을 돌판이 먹기 때문에 건강에 좋으며, 미디엄, 웰던 등 굽는 정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한번 먹어본 사람은 돌판구이만을 찾는다고 한다.
또 참숯불 위에서 구워내는 갈비는 흑설탕에 재운 깔끔한 양념이 결따라 엇갈려 칼집을 넣은 갈비살에 간간하게 배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오미자씨는 18년전 미국에와 북가주에서 식당업에만 종사해 왔다. 올해 2월 문을 연 오가네 갈비는 오씨의 7번째 식당. 이 곳에서 약 20분 떨어진 샌 리안드로의 오가네 2호점(140석)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버클리 대학 앞에서 ‘고려숯불’을 경영할 때 “유학생들 참 많이도 해 먹였다”고 회상하는 그녀는 그때의 학생들이 아직도 좋은 고객이라며 “퍼주는 장사는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밥장사는 박사보다 힘든 장사”라고 호소했다가, “다시 태어나도 밥장사하겠다”고 말하는 등 ‘밥장사’의 희로애락을 모두 한 몸에 이고 지고 사는 오사장은 식당업계에서만은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가진 프로 셰프이자 프로 경영인.
이를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고 새로운 요리법은 반드시 만들어본다는 오사장은 LA도 매달 방문, 끼니마다 식당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음식 트렌드를 익히고 있다.
한식, 양식, 일식 등 여러 식당을 고루 찾아다니면서 주로 밑반찬을 주의 깊게 보는데 “하나라도 건져오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 오사장의 주장이다.
오가네 주소와 전화번호는 ▲오클랜드 점: 3915 Broadway Oakland, CA 94611 (510)594-8300 ▲샌 리안드로 점: 1292 Davis Street. San Leandro, CA 94577 (510)568-4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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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네의 명물 ‘오칼볶음’. 오징어볶음과 칼국수의 만남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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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사장이 손님들을 위해 직접 숯불 갈비를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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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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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판 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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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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