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은 과거 잘못 참회는커녕 역사 미화에만 급급 분개”

2005-05-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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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거 잘못 참회는커녕 역사 미화에만 급급 분개”

박영창 목사가 자신의 집에서 그가 전개해 왔던 항일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하와이·영국서 애국강연
박영창 원로 목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박영창 원로목사(90·미주광복회원로회장)가 지난달 하와이 호놀룰루와 영국 런던에서 애국 시국강연을 펼쳐 한인들에게 민족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일깨우고 돌아왔다. 박 목사는 민족과 기독교가 탄압받던 일제 강점기 당시 아버지 박관준 장로 대를 이어 항일 운동을 벌였던 애국지사로,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신사참배와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등 활발한 극일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양심있는 일본인들 선조잘못 반성하는데
정부가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망발


66년전 부친과 일 의회서 항의문 투척 옥고도

박목사는 일제 식민정책의 만행이 극에 달했던 1939년 3월24일 아버지 박관준 장로와 ‘죽으면 죽으리라’의 저자 안이숙 여사와 함께 일본제국 중의원회의가 열리는 도쿄 의회당에 잠입해 종교법안 제정반대, 기독교의 국교화 ·신사참배 강요 금지, 양심적 교역자투옥 철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항의문을 투척했던 일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역사에 남을 이 사건으로 세 사람은 즉시 체포돼 일본 경시청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고, 박목사와 안이숙 여사는 석방됐으나 아버지 박관준 장로는 해방을 불과 5개월 앞둔 1945년 3월13일 평양형무소에서 순교했다.
박목사는 “일본정부와 우익단체들이 과거 잘못을 뉘우치거나 참회하기는커녕 과거 역사를 미화하는 행동들에 분개한다”고 밝히며 “애국시국강의에 참석했던 젊은이들이 일제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과 기독교가 탄압 받았던 경험담을 통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신학교, 호세이대 경제학과, 연희전문대 신학과 등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 목사는 해방 후 YMCA간사, 명지대 초대교목실장 등을 역임하고 미국에 건너와 남가주교회 초대 노회장을 맡았다.
순교자의 후손으로 민족의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밝힌 박 목사는 1982년 일본 문부성 관계자가 ‘한국인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한 증거가 없다’라고 언급한 기사를 접하고 바로 일본으로 향해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순교한 50인의 명단, 사건관계 기록, 부친의 재판기록 등을 공개해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 주요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국, 일본을 오가는 그의 극일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9년 히로히토 일황이 사망했을 때 일본을 방문해 ‘일본이여 대답하라’이라는 자작시를 발표해 일본정부를 비난했으며, 2001년 5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터져 나라안팎으로 시끄러웠을 때 역시 일본을 찾아가 40일 동안 총리를 비롯한 50여개 단체장을 만나 왜곡된 사실을 수정하도록 설득해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 목사는 “양심 있는 일본인들이 선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현시점에 일본정부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고 강조하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한인들이 힘을 모아 일본의 부당하고 허망한 망발을 제지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제시대 수많은 탄압과 고초에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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